[점프볼]TG 우승꿈 실현될까?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프로 출범이후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TG가 그 뒤 두 시즌은 그야말로 죽을 썼다. 주전 선수들의 노쇠와 용병 선발 실패, 신기성의 군 입대가 겹치면서 생긴 결과다. 하지만 02-03 시즌은 다르다. 서장훈 이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김주성이 합류했고, 용병 선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코칭 스태프를 개편하는 등 신선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02-03시즌 TG는 “적어도 4강, 잘하면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TG의 추락은 시즌 개막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7위를 차지한 그 전 시즌에 비해 전력 보강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신기성이라는 특급가드가 상무로 입대했다. 시즌 초반은 어느 정도 성적을 냈지만 다섯 명(두명의 용병과 허재, 김승기, 양경민)을 제하고는 가용 인원이 없었던 까닭에 금새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절반인 3라운드를 끝내면서 벌써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정도였다. 이처럼 팀 사기가 바닥을 긁을 시기에 벼랑 끝 지푸라기처럼 찾아온 것이 김주성이었다.

▼막강 신인 김주성의 합류, 02-03시즌 못해도 4강▼

지난 1월 29일 있었던 02-0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TG는 1순위 지명권을 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김주성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못해도 4강, 운만 따른다면 우승도 가능” 02-03시즌 TG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김주성은 프로농구 판도를 바꿔놓을 만큼 위력적인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김주성의 가치는 오래 전부터 충분히 공인 받았다. 신인 선수 1순위 지명권을 최하위 팀이 가져가지 않고, 플레이오프 탈락 4개 팀이 추첨을 하도록 만든 것도 김주성이다. 이전처럼 단순히 성적의 역순으로 신인 선수를 선발했다면, 어느 팀이든 고의로 최하위를 했을 것이다.

이처럼 김주성의 가치가 상승한 것은 서장훈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서장훈을 따라잡을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하자면 서장훈은 김주성이 프로에서 얼만큼의 활약을 보일지를 미리 보여준 셈이 된다.

서장훈이 있으므로 해서 SK 나이츠는 언제나 상대가 제일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 대접받아 왔다. 또, SK 나이츠가 엷은 선수층으로 매년 괜찮은 성적을 낸 것도, 용병 선발(하니발이라는 가드를 뽑은 것)과 국내 선수 운용에서 여유를 보인 것도 모두 서장훈 덕분이었다.

TG가 김주성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김주성의 존재는 팀 전체에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우선은 지난 시즌 같이 주전 선수 한 명이 부진하면 곧바로 패배로 이어지거나, 터무니없는 용병을 선발해 시즌 내내 고생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지난 두 시즌 TG의 추락의 원인은 국내 선수보다는 용병 선발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용병 두 명 모두 무리하게 포스트맨으로 뽑을 이유도 사라졌고, 혹시 찾아올지 모를 용병의 부상도 두렵지 않다. 이것은 TG 토종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국내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205cm의 신장을 가진 토종 센터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는 일이 될 것이다.

▼외국인 코치 영입으로 원년 나래 신화에 도전▼

원년리그 나래의 준우승을 떠올리면서 칼레이 해리스와 제이슨 윌리포드라는 용병을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호주 뉴캐슬 팰콘스팀 감독인 톰 위즈만이 2개월 동안 나래를 지도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두 용병 선발에 도움을 준 것도, 정인교를 2번으로 빼는 등 팀의 전술 완성도를 올려준 것은 모두 톰 위즈만 덕분이었다.

TG는 02-03시즌을 대비해 다시 한번 외국인 코치를 영입할 예정이다. 프로 원년 나래 신화를 다시 한번 재현하자는 뜻이다. 아직 누구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용병 선발에서 전술 지도까지, 실제 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이번에는 기술 고문 개념이 아니고, 벤치에 앉는 정식 코치로 선임할 예정이다.

KBL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만일 TG가 원년의 나래 만큼의 돌풍을 일으킨다면, 프로농구 전체 분위기도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국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전술 운용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재키 존스 등 전술 이해도가 높은 용병들이 KBL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것도 우리가 쓰는 전술 운용의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TG는 외국인 코치가 전술 부분을 책임지고, 포용력 강한 전창진 감독이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이끌기를 바라고 있다. TG는 허재, 정경호, 김승기, 양경민 등 전창진 감독의 용산고 후배들이 대부분이고, 용산고 출신이 아니라면 허재의 중앙대 후배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배경삼아 전창진 감독은 팀웍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기력에 이렇다할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성적이 나쁠 때, 이런 저런 구설수의 좋은 빌미였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다. 김주성의 합류가 TG 선수들에게는 이미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TG 입장에서 보자면 02-03시즌 보다 그 다음 시즌이 더 좋다. 우선 김주성이 한 시즌을 보내면서 용병에 대한 적응력이 많이 생길 것이고, 신기성이라는 특급 가드가 상무에서 돌아온다. 또 지난 시즌 9위를 차지한 덕분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괜찮은 선수를 뽑을 수 있다.

만일 연세대 김동우까지 뽑는다면 서장훈과 현주엽을 동시에 묶었던 예전의 SK 나이츠에 버금가는 선발이 될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앞 순위를 받은 용병 선발에서 적어도 한 선수만이라도 괜찮은 선수를 받고 어느 정도 성적만 낸다면, 다음 시즌 2라운드 앞 순위에서 다시 한번 좋은 용병을 잡을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TG 관계자들은 절로 웃음이 나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정도 상황이라면 우승 못할 것이 이상할 정도의 막강 전력이다. 이제 남은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농구팬과 허재가 그렇게 바라던 ‘마지막 우승’과 ‘영예로운 은퇴’다. 허재의 은퇴와 TG의 우승은 함께 도는 바퀴다.

김주성을 뽑고 나서 허재가 그토록 기뻐했던 것도 우승과 은퇴를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허재 스스로 “김주성을 뽑았을 때 기뻤던 것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우승이 더욱 더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편안한 은퇴를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으니까.

최국태기자/제공: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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