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주총에서 간단한 결의사항 의결이 끝난 뒤 이규상 사장(52)이 주주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회사에 대해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의문이 풀릴 때까지 대답하겠습니다. 우리 회사 주총에는 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넥센타이어는 주주들에게 숨길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주총은 주주들의 질문과 경영진의 답변, 그리고 토론이 어우러지며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주에게 열린 기업〓주주를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주주총회를 귀찮은 연례행사의 하나로 여긴다. 주총 날짜도 가능하면 많은 기업이 주총을 여는 날로 함께 잡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이 다른 주총에 참석하느라 자기 회사 주총에 못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러나 넥센타이어는 주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1999년 이후 매년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을 열었다. 그리고 주총은 항상 2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매달 실적도 꼬박꼬박 주주들에게 공시한다. “주주들에게 숨길 것이 없다”는 이 사장의 경영 철학 덕분. 넥센타이어는 올해 6월 한국회계학회가 수상하는 ‘투명회계 경영대상’을 받았다.
▽새로 태어났다〓넥센타이어는 96년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우성타이어가 2000년 3월부터 사용한 새 이름. 그러나 법정관리 이후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액은 매년 15% 안팎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00년 51%, 2001년에는 34% 증가했다.
지난해 넥센타이어가 보여준 14%의 영업이익률(100원어치를 팔면 14원을 남겼다는 뜻)은 세계 타이어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법정관리 탈피 직후인 1999년 약 9%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도 최근에는 22%까지 높아졌다.
▽과제〓넥센타이어 앞에는 여전히 국내 타이어 시장의 양대 강자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가 버티고 있다. 탄탄한 실적과 주주중심 경영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회사의 주가가 9000원대에 머무는 이유도 ‘넥센타이어는 아직 시장점유율 3위 업체’라는 투자자들의 인식 탓이다.
따라서 앞으로 본격화할 1, 2위 업체와의 경쟁에서 넥센타이어가 지금 같은 고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이 회사 주가 움직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구조조정 전문가인 이규상 사장(사진)은 1999년 법정관리 직후 넥센타이어 사장으로 부임해 3년여 만에 회사를 완전히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총을 3년 연속 가장 먼저 개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회사 실적을 주주들에게 최대한 빨리 공개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다. 주주들에게 회사 경영상태를 숨길 이유가 없다.”
-배당이 매년 1%씩 늘고 있는데….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회사 사정상 재투자할 곳이 많다. 최근 회사에 이익이 많이 났지만 재투자를 위해 유보한 돈도 많아 배당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배당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회사 이익은 주주들의 것이라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넥센타이어는 수출 부담이 큰 회사여서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제품의 수출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넥센타이어 실적 (단위:억원) | ||||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배당률(%) |
1999 | 1,805 | 160 | 331 | 6 |
2000 | 2,064 | 242 | 155 | 7 |
2001 | 2,405 | 327 | 232 | 8 |
넥센타이어 최근 3년 주총 개최일 | ||||
회계연도 | 주총 개최일 | 비고 | ||
1999 | 2000년 2월17일 | 12월결산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주총 | ||
2000 | 2001년 2월15일 | 〃 | ||
2001 | 2002년 2월15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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