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겪으며 우승의 경지에 올라본 ‘승부사’는 ‘평범한’ 도전자에게는 부족한 그 무엇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골프에서 그것은 바로 집중력이다.
2주 연속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한희원(24·휠라코리아). 2주 연속 심리적 부담이 큰 ‘챔피언조’에서 나머지 두 선수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그의 집중력은 장갑을 벗을 때까지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주 빅애플클래식에서는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따돌리고 박희정(CJ39쇼핑)과 연장승부를 펼쳤지만 무릎을 꿇었다. 한희원의 집중력은 정규 라운드 최종 18번홀에서 버디퍼팅을 놓친 직후 이미 소진돼 있었다. 반면 당시 박희정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한희원이 놓친 비슷한 거리의 버디퍼팅을 연장 첫 홀에서 성공시켜 승부를 갈랐다. 나흘 동안 혈전의 피곤함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김미현(25·KTF)과의 웬디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샷대결은 이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미현은 우승퍼팅을 마칠 때까지 단 한번도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위기에서도 찬스에서는 표정의 변화 없이 시종 입술은 꼭 다물었고 두 눈은 이글거렸다.
반면 한희원은 굿샷과 미스샷에 표정도 오락가락했다. 우승자 김미현과 준우승자 한희원의 격차는 불과 1타였지만 집중력의 차는 컸다. 기술이 아닌 정신력이 승부를 가른 것이다. 이번에도 섭씨 37도가 넘는 폭염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김미현이 최종 18번홀 위기상황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무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눈부셨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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