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에선 현대 하이페리온 박종천감독(42)도 마찬가지. 81년 현대전자에 입단한 뒤 KCC 이지스 코치를 거쳐 현대 감독을 맡을때까지 단 한번도 ‘현대’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안팎에서 시련에 처한 팀을 구할 마지막 조타수로 낙점된 것도 그렇다.
나란히 남자 프로농구 코치로 명성을 날리다 뉴국민은행배 2002여름리그를 앞두고 여자팀 감독으로 변신한 ‘양 박(朴) 감독’이 여자프로농구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미 궤도에 오른 남자농구에서 갈고 닦은 전술을 여자농구에 접목시켜 각각 정규리그 1위(삼성생명)와 2위(현대)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
박인규 감독은 이 삼성과 다시 인연을 맺은 것은 88년 삼성전자에서 은퇴한 뒤 14년만. 그는삼성생명을 맡은 뒤 자부심과 자신감의 회복에 중점을 뒀다. 조직농구에 일가견을 가진 그는 또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즐겁고 건강한 농구’를 강조했다. ‘한 선수에 의존하는 팀은 반드시 위기에 빠진다’는 지론에 따라 10여년 이상 삼성생명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센터 정은순(31)의 그림자도 지워 나갔다.
선수들의 적응은 빨랐다. 그동안 정은순 위주의 플레이에 젖어 있던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즐기는 농구’를 몸에 익히며 플레이에 활력이 넘쳐났다.
박종천 감독의 현대도 강력한 수비에 빠른 농구로 상대팀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
현대는 세대교체 실패로 주부선수만 5명에 이를 만큼 노장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믿을거라곤 ‘노련미’뿐이었고 강한 체력훈련을 요구할 형편도 아니었다.
결국 박감독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선수들의 노련미와 수비위주의 체력농구를 접목시키는 절충안을 내놓는 것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감독이 훈련만은 ‘같이 살고 같이 죽자’는 각오로 덤비자 선수들도 감독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따라줬다.
감독데뷔 첫 시즌이지만 두 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박인규감독은 “신세계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은 팀”이라며 분석이 끝났음을 암시했고 박종천감독은 “우리은행이 신장은 좋지만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