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좀 있어봐라.”
-제보나 추정으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시키나.
“이런 제보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지 않나.”
-제보자를 밝힐 것인가.
“그렇지. 조만간 밝히지.”
현장2.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지난달 16일 당직자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아들 비리를 몰랐다는데 이는 거짓말이며 이미 보고를 받았다는 정보가 있다”고 흥분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물었다.
-어떤 종류의 정보냐.
“제보가 있었다.”
-확인했느냐.
“전화로 왔는데…. 내용을 확인한 적은 없다.”
-제보자를 만났나.
“못 만나봤다.”
정치권에 “일단 까발리고 보자”는 폭로 만능주의가 기승을 부린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도 “청와대 실세가 의원 빼가기 공작을 벌이고 있다”(3월·한나라당),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20만달러를 제공했다”(4월·민주당)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아직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곧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제보자도 감감 무소식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실체적 진실을 가린다.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지면 금전적 손실을 입고, 근거 없는 형사소송을 제기했다면 무고죄로 엄중히 법의 심판을 받는다.
정치권의 공방이라도 폭로 당사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로 넘어갔다면 이해당사자인 정치권은 입을 다무는 것이 순리다. 정략적인 폭로로 국민과 언론, 사법기관을 호도하려 한다면 정치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윤영찬기자 정치부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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