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우정렬/방학중 고교 보충수업 없애자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27분


인문고교 학생들은 방학이 아예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학만 되면 자신의 희망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반강제적으로 학교의 특기적성교육(사실은 기존의 보충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일선 인문고에서 행해지는 특기적성교육은 수십년 전의 행태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학생들의 소질과 특기, 적성을 살리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특기적성교육은 어느새 일반 학과목 위주의 보충수업으로 바뀌었고, 수업방식도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등을 길러 주기보다는 그저 주입식 위주의 문제풀이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학기 중 각종 시험과 특기적성교육, 자율학습으로 시달려온 판에 방학 때까지 학교수업에 동원된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방학을 맞아 모처럼 독서와 여행도 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취미와 특기도 살리고 웃어른을 찾아뵙는 등의 기회를 보충수업이 무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방학 중 수업의 과목도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일반 교과목을 총망라해 특기적성의 취지와는 애당초부터 무관하다. 부진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것이 보충학습의 취지인데도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특정과목의 진도까지 나가 물의를 야기시키고 있다. 교재는 강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해야 함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참고서를 채택해 사용하기 일쑤며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학급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부진아와 지진아도 있게 마련인데 성적 상위권 학생이나 하위권 학생을 한 반에 넣어 수업함으로써 학습효과는 아예 무시당하고 있다. 적어도 방학 중 보충수업이라면 최소한 학생들의 실력과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해야 학습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학교나 교사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로 아예 중하위권 학생들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

특기적성교육에 대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이 내려와도 일선 학교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만을 내세워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자는 학부모와 학생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특기적성교육이 정상적이고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조사하고 수시로 행정지도와 감독을 해야 함에도 아주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일선 학교의 파행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편법과 변칙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으니 이들이 이를 배우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결국 방학 중 특기적성교육에 대한 개선책과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우정렬 부산 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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