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공서와 백화점, 대형 상가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으나 교통흐름 개선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어 교통난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교통대란 징후〓일요일인 4일 오후 5시경 구월 1동 6차선 도로. 개점을 앞둔 롯데백화점 구월점 정문 앞의 도로 정비공사로 복합영화상영관인 CGV 방면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는 16일 지하 6층, 지상 9층, 대지면적 12458.7㎡ 규모의 롯데백화점이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10월 중에는 이 백화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하 2층, 지상 10층 연건평 7557평 규모의 인천지방경찰청 신청사가 준공된다.
또 5∼15층 높이의 대형 주상복합상가 17곳에 대한 공사가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곳으로부터 반경 1㎞ 내에는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등 운수시설,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 신세계인천점과 까르푸 등 대형 유통기관 등의 교통유발 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이 일대는 평소에도 교통혼잡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뒷북 행정〓교통상황이 악화되자 인천시와 남동구는 뒤늦게 교통소통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올 3월에서야 인천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9월경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 일대 주요 간선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할 방침이다.
남동구 또한 이면도로 교통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내년으로 미룰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무원칙한 도시계획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인근 주민과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미래 교통증가량에 대비해 적절한 규모의 간선도로를 건설한 뒤 이에 걸맞는 건축허가를 내주어야 했으나 시는 도로능력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대형 건축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교통난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인근 삼환아파트 주민 백모씨(39)는 “1997년 신세계 인천점이 문을 열 때도 일주일 동안 백화점측이 각종 행사를 벌이는 바람에 차를 몰고 가다 집 앞에서 20여분간 신호를 기다렸다”며 “도로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건축허가를 남발해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식의 행정이 어디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책은〓시와 구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인천종합버스터미널∼경찰청∼까르푸 1.5㎞ 구간, 건설회관∼가구상가∼인명여고 앞 1.5㎞구간(연수구 방면), 남구 관교동 일대와 남동구 구월동 일대 이면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 일부 상인들은 ‘생존권 침해’라며 일방통행로 지정에 반대하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일방통행로를 지정하려 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일부 민원을 제기돼 일방통행로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할 남동경찰서는 9월경 대한상호신용금고∼국민연금인천회관∼SK텔레콤 교환국∼롯데구월점 1㎞ 구간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고시할 예정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