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권거래소 확 크려면 주식회사로 전환하라”

  • 입력 2002년 8월 8일 17시 46분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려면 거래소를 통합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하라.’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 ‘선진형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컨설팅 결과 증권거래소에 이렇게 주문했다.

BCG는 “한국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 불과해 홍콩의 382%나 싱가포르의 168%에 뒤지는 것은 물론 중국(33%)에도 못 미친다”며 “비효율성을 없애 증시의 체질을 개선해야 아시아의 금융 중심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4년 코스피 200 선물의 거래업무를 부산의 선물거래소로 옮기도록 결정했으며 거래소는 이에 반대해왔다. 따라서 증권거래소와 상반된 입장인 선물거래소는 BCG의 컨설팅 결과에 대해 즉각 “통합에 따른 시너지보다 독점의 폐해가 클 수 있으며 오히려 경쟁이 체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현황과 문제점〓시가총액은 91년 74조원에서 지난해 306조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경제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려는 경쟁국에 비해 시가총액이 GDP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다는 것.

외국인의 직접투자 누적치도 GDP 대비 7.9%에 불과해 홍콩(83.5%) 싱가포르(87.7%) 중국(30.7%) 태국(19.8%)에 뒤졌다.

증시 안정에 필수적인 기관의 주식시장 참여도도 낮다. 기관들은 자산의 11%만 증권에 투자하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2%에 크게 못미쳤다.

BCG는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 등 3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거래비용이 높고 중복투자가 적지 않다”면서 “인프라를 갖추면 자본시장의 물꼬가 열려 한국의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해결방안〓BCG는 회원제인 거래소를 주식회사로 바꾸고 3개의 분리된 시장을 완전히 통합하라고 제안했다.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규제가 통합되고 감독도 쉽다는 것.

홍콩은 통합 전인 96∼99년에 비해 통합 후인 2000∼2001년 월평균 거래량이 39% 증가했으며 인력도 18% 감소해 효율성이 높아졌다.

BCG는 “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2010년 시가총액은 현재의 5배를 넘는 1600조원에 이르고 운영비용은 15%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통합되면 관리의 효율성은 다소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이는 국내 증시발전을 위한 미시적 주제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가계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단위:%)
스페인51독일 12
미국 28한국 8
2000년 기준.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국가별 기관투자자의 시가총액 비중 (단위:%)
영국52네덜란드21
미국50한국15
1999년 기준.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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