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화제 인물 중 한 명은 SK의 고졸 3년생 투수 엄정욱(21·사진)일 것이다. 1m91, 93㎏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엄정욱은 5월11일 기아와의 문학경기에서 올시즌 처음 1군 마운드에 올랐지만 천하의 이종범을 상대로 한국 신기록인 156㎞를 스피드건에 아로새겼던 바로 그 투수다.
하지만 엄정욱은 홈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와는 달리 그리 오래 1군에 있지 못했다. 승패와 무관한 경기에 후반에야 투입되는 등 4경기 등판만에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두달후인 지난달 말에 컴백했지만 복귀의 기쁨은 또다시 잠시였다. 26일 롯데전에서 2와 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이번엔 어깨통증이 찾아와 곧바로 보따리를 챙겨야 했다.
이후 엄정욱은 한동안 아예 공조차 만지지 않고 부상 부위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요즘에야 간단한 캐치볼을 하는 수준이 됐다.
게다가 현재 코칭스태프가 판단하는 엄정욱의 팀내 비중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 강병철감독은 “어차피 올해 당장 팀에 필요한 선수는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마음을 굳힌 상태다.
왜일까. 올시즌 엄정욱의 1군 성적을 살펴보면 해답이 저절로 나온다. 엄정욱은 5경기에서 총 6이닝을 던져 26타자를 상대로 단 1안타만 내주며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았다. 실점도 1점에 불과해 평균자책은 1.50으로 초특급 투수의 성적이다.
하지만 그는 상대한 타자의 3분의1이 넘는 7개의 볼넷과 2개의 몸에 맞는 공을 남발했고 폭투도 3개나 던지는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곡예 비행을 했다. 한마디로 제구력을 비롯한 경기운영 능력은 0점이라는 얘기다.
강감독이 좀더 2군에서 다듬어져야 할 것이란 생각을 굳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앙고 재학시절 이미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자랑했지만 3학년때 올린 1승이 고작인 엄정욱이 ‘이무기에서 비룡(와이번스)으로 날아오르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