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핫 드라이버 내년부터 ‘퇴출’

  • 입력 2002년 8월 8일 17시 46분



“첨단장비가 골프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내년부터 프로골퍼들은 해외투어는 물론 국내 공식대회에서 반발력이 큰 일명 ‘핫 드라이버(hot driver)’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전세계 골프관련 규정을 주관하는 양대기구인 R&A(영국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가 마침내 최대 논란거리인 ‘드라이버 성능제한’에 합의한 것. 다음은 7일 공식발표된 3가지 주요 내용.

①USGA의 관할하에 있는 지역(미국,멕시코 등)에서는 내년부터 프로골퍼는 반발계수(COR)가 0.83이하인 드라이버만 사용할수 있다. 또 순수 아마추어도 클럽대항전이나 핸디캡 산출용 스코어는 반드시 COR 0.83 이하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것이어야 한다.

②R&A의 관할하에 있는 지역(유럽과 한국 등)의 프로골퍼는 USGA와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COR 0.83이상의 드라이버가 사용금지되지만 순수 아마추어는 2003년부터 5년간 COR 0.83 이상을 사용할수 있는 예외기간을 준다.

③하지만 R&A도 2008년부터는 순수 아마추어가 출전하는 모든 수준의 대회와 핸디캡 산출에도 ‘COR 0.83이하 제한규정’을 적용한다.

R&A와 USGA는 ‘드라이버 성능제한’에 합의한 것은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혼선을 빚고 있는 클럽메이커들에게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비약적인 골프장비 발전이 골프경기의 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는데 양대기구가 뜻을 같이했다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PGA투어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를 살펴보면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5년간 겨우 6.7야드 늘어난 반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무려 15.8야드나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골프장비 발전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프로대회가 열리는 전세계의 골프장은 대부분 ‘드라이버-웨지 코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이번 조치로 한국의 순수 아마추어골퍼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얻었지만 프로골퍼들은 비상이 걸렸다. 박도규(테일러메이드) 등 그동안 COR 0.83을 초과하는 드라이버로 ‘효험’을 톡톡히 봤던 톱랭커들이 내년부터는 핫 드라이버의 혜택을 볼수 없기 때문. 박 프로가 사용중인 드라이버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된 테일러메이드300시리즈는 아시아 시장용(헤드밑바닥에 R자가 빨간색으로 표기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COR 0.85이기 때문에 규정을 초과한다. 한편 국내시장에 출시된 드라이버중에는 브리지스톤의 ‘RV-10’이 가장 높은 COR(0.87)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골프시장은 초비상이 걸렸다. 캘러웨이는 ERCⅡ(COR 0.86),테일러메이드는 R500(COR 0.84)과 X-03(COR 0.86) 등 반발력이 높은 드라이버를 집중 판매했기 때문이다.

약 30만개의 ERCⅡ 드라이버를 판매했다는 캘러웨이의 론 드레이퍼 회장은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최고의 기술을 팔 수 없게 돼 2500만 미국 골퍼들에게 유감”라며 “ERCⅡ 드라이버의 교환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른 드라이버로 바꿔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골프용품 대형판매점인 뉴욕골프센터의 제이 신 사장도 “몇달 사이 약 500개 가량의 ERCⅡ와 테일러메이드를 팔았지만 이를 사 간 사람들이 불법 드라이버를 안 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며 난감해 하고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반발계수란…공에 전달되는 에너지 수치화, 1에 가까울수록 반발력 높아▼

골프클럽의 반발계수(COR:Coefficient of Restitution)란 ‘휘두른 골프클럽이 지닌 운동에너지가 정지해 있던 골프공에 어느 정도 전달됐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만약 ‘골프클럽이 지닌 운동에너지가 100% 골프공에 전달됐다’면 그 경우의 반발계수는 1로 표시된다. 즉 COR이 1에 근접할수록 그 골프클럽은 반발력이 뛰어난 것이며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골프공을 더 멀리 날릴수 있는 것이다.

골프클럽 메이커들이 드라이버의 반발계수를 측정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진공상태에서 골프공을 1m 높이에서 자유낙하시켰을 때 드라이버 페이스에 맞고 튀어오른 골프공의 높이를 잰 다. 즉 골프공이 83cm 높이로 튀었다면 그 드라이버의 COR은 0.83으로 표시된다.

COR을 높힐수 있는 첨단소재와 제조공법의 발달로 최근 미국PGA 투어프로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1990년 드라이버샷 랭킹 1위(톰 퍼처)의 기록인 279.6야드와 맞먹는 279.4야드를 지난해 미국PGA 투어프로 180여명의 선수가 평균적으로 기록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골프는 ‘두 마리 토끼(거리+방향)’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운동. COR이 크면 거리를 늘리는데는 효과적이지만 과도한 반발력 때문에 방향성이 나빠질수 있는 단점이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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