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말 사면권 남용을 경계한다

  • 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23분


현직 판사들이 자의적으로 행사되고 있는 대통령 사면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특별한 명분과 계기 없이 이루어진 도로교통법 위반사범에 대한 대규모 사면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마침 광복절 사면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현재 사면권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임기말 정권이 일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성실하게 법을 지킨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이대며 느닷없이 수백만명의 범법자에게 혜택을 주면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대규모 8·15 사면을 건의하며 2000여명의 대상자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

사면권 남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법질서가 무너지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될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게 된다. 실제로 교통법 관련 사면 뒤 일부 국민은 “대선이 끝나면 또 사면이 있을 것”이라며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에 하나 정부가 빈번한 사면을 발판삼아 장차 대통령 아들을 비롯해 권력형 비리 연루자의 조기 사면을 노린다면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판사들의 문제제기를 사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중지를 모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지나친 사면권 행사가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사법부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1948년에 제정된 사면법을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도 사면권의 남용과 오용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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