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여 거리인 전남 신안군 흑산초등학교 장도분교 이광원군(12·6년).
이 군은 최근 전남지역 초중고교생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 48회 전라남도 과학전람회에서 ‘흑산도 빗물은 왜 오래 둘수록 세균이 줄어들까?’라는 작품을 출품해 특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군이 빗물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섬 마을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수도가 있지만 물이 부족해 빗물을 받아쓰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빗물을 식수로 이용해도 아무런 탈이 없이 생활하는 것을 보고 의문을 갖게 됐다.
이 군은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동안 이 학교 구희곤 교사(37)와 함께 장도와 인근 섬을 돌아다니며 집 물탱크에 담겨진 빗물을 채취해 학교에서 염분 측정과 세균 배양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대장균수를 측정할 장비가 없어 수 차례 배를 타고 나가 무안군 몽탄면 수질연구소와 신안군 보건소의 실험 장비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이 군은 햇빛이 차단된 곳에 빗물을 보관할 경우 처음에는 세균수가 증가하다가 4일 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6일 후부터는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군은 “햇볕이 들지 않으면 빗물의 영양분이 침전돼 녹조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녹조류가 없으니 세균은 자연히 소멸돼 식수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군의 꿈은 과학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소년가장이 된 이 군은 현재 고모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구 교사는 “광원이는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활달하고 구김살이 없다”며 “탐구욕과 분석력도 뛰어나 과학자로서 꿈을 펼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신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