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회에 이어 세계 대회의 패권을 차지할 만큼 최정상급의 실력이기 때문에 최고 단인 9단을 줘야 한다는 것. 과거 이창호 유창혁 9단이 7단 시절 세계 대회에서 각각 우승하자 한국기원이 두 기사를 9단으로 승단시킨 전례도 있다.
일본에선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이 7, 8단 시절 메이진(名人) 혼인보(本因坊)에서 우승한 뒤 승단했다. 조치훈 9단은 8단 시절 메이진을 따 일본기원이 승단을 제의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승단에 대한 이견도 만만찮다. 3단에서 6계단이나 뛰어 오르는 것은 지나치고 다른 기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3단은 “승단은 의미가 없다”며 지난해부터 승단 대회에 일체 참가하지 않고 있다. 한 신예기사는 “6, 7단이면 몰라도 9단까지 올려주면 승단 대회에 참가해 점수를 따고 있는 기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3단이 ‘9단 승단’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 3단은 “지금과 같은 승단제도와 기전의 1, 2차 예선이 있는 상황에서는 9단 승단이 오히려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9단이 되면 저단의 기사들이 참가하는 1차 예선에 나갈 수 없어 신예들끼리 따끈따근한 승부를 펼칠 수도 없고 애착이 큰 신예 기전에도 참가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즉 입신(9단의 별칭)이 돼 선계(仙界)에서 유유자적하기 보다 인간계(人間界)에서 부대끼면서 살고 싶다는 얘기다.
최근 그는 사석에서 승단과 관련해 심경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나는 지금까지 선배들을 이겨왔다. 완전히 넘지 못한 벽(이창호 9단)이 있지만 언젠가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무서운 건 후배다. 나를 추월하는 후배 기사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나는 매일 후배들과 싸워야 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