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해외연예]할리우드 ‘에이지즘’

'나이 든 게 죄냐'

할리우드 '원로' 영화인들이 '에이지즘(Ageism·나이 차별)'을 참다 못해 똘똘 뭉쳤다.

젊은 스타와 팔팔한 스탭들에게만 일자리가 돌아가는 풍토에 반발해 '미디어에서의 나이 평등을 위한 산업 연대(The Industry Coalition for Age Equality in the Media)'를 구성한 것. 이 단체는 이미 할리우드의 영향력 있는 단체인 '영화 배우 조합'을 비롯, '여성영화인 모임' '전미 TV와 라디오 연기자 모임' 그리고 '캘리포니아 나이 위원회'등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 단체의 주요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40세 이상의 배우를 적극 캐스팅하도록 영화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에게 압력을 가하기로 했다. 또 나이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법에 대한 지지 운동을 벌이고, 노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대규모 미디어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운동의 주축에 선 인물은 원로 배우인 피터 마크 리치맨(75). 그는 자신이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주연까지 맡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영화 '4개의 얼굴'(1999년)의 촬영 스탭을 구성할 때도 경력 50년이 넘는 '노장'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리치맨은 "몇 십년간의 경험은 당장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재산임에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서 거부당하고 있다"며 "연예 산업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에이지즘은 마치 조용히 몸을 갉아먹는 암과도 같아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할리우드에서는 '에이지즘'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올 2월만 해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주요 스튜디오와 방송사,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를 상대로 150건의 소송이 접수되기도 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