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권이종/´얼굴수술´ 앞서 ´마음수술´ 먼저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11분


사춘기인 청소년기에 특히 여학생의 경우 가장 고민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외모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나는 왜 코가 이렇게 생겼을까’, ‘눈꺼풀은 왜 없을까’, ‘다리가 왜 날씬하지 못할까’, ‘몸이 왜 뚱뚱한가’, ‘가슴은 왜 작을까’ 하는 문제로 걱정한다.

외모콤플렉스, 외모지상주의, 요요현상, 닥터쇼핑, 거식증, 탈수증, 성형중독, 키 키우는 약 복용 등 외모 때문에 생긴 정신병적 신드롬은 많은 한국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정신적 합병증이다. 외국에서 청소년 분야를 전공한 필자로서는 다른 나라 청소년의 외모관과 비교할 때 이러한 현상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결혼을 약속한 애인 때문에 눈 11번, 코 5번 등 3년에 걸쳐 같은 부위를 마음에 들 때까지 모두 23번까지 수술했다’, ‘예뻐지기 위해 10개월 동안 네 군데 병원에서 7번이나 눈을 성형수술했다’는 등의 언론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 이 같은 여성을 찾을 수 있겠는가. 자신감이 없는 우리 청소년은 자신을 조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학만 되면 성형외과를 찾아 이렇게 외모를 수술하는 열풍이 청소년들 사이에 일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러한 현상을 알아보고자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는 7월23일부터 2주간 사이버폴을 통해 ‘성형수술을 통해 미인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인 수술을 받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짧은 기간 동안 전체 8000여명이 응답했으며 그 중 20%가 수술을 받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청소년만을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약 3500명의 응답자 중 32%가 수술을 받겠다고 대답했다.

독일 성형외과 의사 친구 말로는 독일에선 청소년들의 외모수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외모수술을 받고자 하는 청소년이 나타나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적이고 자연적·문화인류학적 유산에 대해 가능하면 수술을 하지 않도록 끝까지 상담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잘못된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외모에 대해 자신있고 당당하게, 그리고 긍정적이고도 사랑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외모 성형수술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수술 후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권이종 한국청소년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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