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인식 감독은 요즘 야간 경기를 앞두고 평소보다 이른 저녁을 들 때가 많다고 한다. 이상하게 배가 고파 일찍 식당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팀이 부진에 빠져있어 속이 더욱 공허했을까.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며 식을 줄 모르는 승부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지만 김 감독의 허기는 최근 허탈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커진다고 하지 않던가.
13일 수원 현대전에서도 김 감독의 빈속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 것 같다. 이날 두산은 송진우와 다승 공동 선두(13승)를 달리고 있는 에이스 레스를 마운드에 올리고도 현대에 1-2로 역전패했다.
3연패에 빠진 두산은 47승43패를 기록, 전날 4위에서 한 계단 떨어져 5월17일 이후 처음으로 5위에 처지는 수모를 당했다. 올 시즌 전반기를 2위로 기분 좋게 마쳤던 두산은 후반기 들어 9연패를 기록하는 등 17경기에서 3승14패의 민망한 성적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후반기 승률만 따지면 ‘꼴찌’를 달리고 있는 것. 지난해 챔피언 두산이 오랜 슬럼프 속에서 타이틀 방어는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위태롭게 됐다.
두산의 부진은 빈약한 공격력에다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이며 득점 기회를 번번이 날려버린 탓. 두산의 간판 타자 타이론 우즈는 더위라도 먹은 듯 연신 헛스윙만 하더니 국내 무대 데뷔 이후 최악인 시즌 타율 0.252에 그쳐 있다. 그나마 우즈는 슬럼프 탈출에 도움이 된다며 12일 미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설상가상으로 두산은 정수근 김동주 심재학 등 주전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데다 대타요원 송원국이 지난주 교통사고를 당해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이래저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역시 두산의 이런 약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2회초 홍성흔의 2루타를 앞세워 선제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으나 타선 침묵 속에서 또다시 뒷심부족을 드러낸 것.
반면 현대는 3회말 안타 2개를 묶어 동점을 만들더니 1-1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무사만루상황에서 프랭클린의 내야 안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8회 구원투수로 나선 현대 권준헌은 행운의 2승째를 올렸다.
잠실경기에서는 LG가 SK와 10회 연장승부끝에 5대4로 이겼다.
한편 사직 롯데-삼성전과 광주 기아-한화전은 비로 취소됐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