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민혁/경찰도 조폭과 커넥션?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7분


“경찰이 재건축 관련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기 위해 수사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가 있더군요.” “이미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습니다. 준비를 다 해두었어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가 폭력조직과 관련 있는 철거업체 관계자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당시 경찰청은 일부 건설사들이 조폭과 연계된 철거용역업체를 내세워 청부 폭력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본보 보도(13일자 A27면)를 계기로 재건축에 관련돼 있는 폭력조직에 대한 일제 수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지시하기 위해 담당 중간 간부가 결재를 하려던 참이었다.

기자보다 그 조폭이 결재도 나지 않은 경찰의 수사 지시 방침에 대한 정보를 더 빨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재건축 컨설팅업체의 40대 사장은 자신이 경찰관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재건축 시장 폭력사건 등에 대해 혹시 알고 있는지요.” “아 그거요. 제가 직접 알아보지요.” 그는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한 경찰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더니 ‘동생’ ‘형님’하며 얘기를 주고받은 뒤 관련 정보를 쉽게 알아냈다.

이달 초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2차 동대표 회장 김정균씨에 대한 집단폭행사건의 목격자라는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예사롭지 않았다.

“박 기자님, 폭행을 주동한 것으로 알려진 김○○가 지금 경찰에 붙잡혔답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가 걸려들었는데 경찰에서 자신은 무관하다며 이○○에게 죄를 모두 덮어씌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알아보세요.”

단순한 사건 목격자란 사람이 사건 내용을 너무나 소상히 알고 있어 ‘경찰과의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건설사와 ‘조폭’의 공생관계를 차단하고 불법 폭력 등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이들과 유착돼 있음을 보여주는 실상을 목격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어본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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