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화제]K리그 일본인 1호 가이모토 고지로

  • 입력 2002년 8월 18일 17시 40분


사진제공 굿데이
사진제공 굿데이
가이모토 고지로(25). 한국 프로축구(K리그) 진출 일본선수 1호.

지난해초 한국행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그는 국내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선수의 일본행은 흔한 일이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선수가 K리그를 택한 것은 분명 뉴스감이었다. 성남 일화 구단도 2년 계약에 연봉 96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그러나 2월 일본 전지훈련이 화근이 됐다. 일본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고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오른쪽 무릎 부상을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부상은 장기화 됐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재활에 매달리는 사이 그는 잊혀진 선수가 돼갔다. 그러다 7월말. 구단에서 방출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가이모토는 지난해 10월28일을 잊을 수 없다. 차경복 성남 감독의 배려로 전북 현대와의 K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 후반 교체투입돼 45분간 뛴데 불과했지만 그로서는 K리그 데뷔전이자 팀 우승을 확정짓는 영광의 무대였다. 올들어 가이모토는 꾸준히 출전 기회를 늘려갔다. 아디다스컵때는 전경기에 출전, 팀 우승에 한몫을 했고 정규리그 들어서는 지난해 오른쪽 주전 윙백으로 뛰었던 김용희를 밀어내고 있다.

14일 그를 만났다. 성남 김학범 코치는 “가이(가이모토)는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훈련을 끝낸후 숙소 식탁에는 쇠고기 등심이 올랐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그는 당연한 듯 먼저 가위를 들고 고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한국사람 다 됐다”는게 동료들의 말이었다. 식사후 숙소 응접실에 마주 앉았다.

한국프로축구 일본선수 1호 가이모토가 숙소에서 일본팬으로부터 온 팬레터를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올들어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데.

“부상도 없고 출발도 괜찮아 예감이 좋다. 그라운드에 오르기전 늘 머릿속으로 연습한 것을 확인해보곤 한다. 물론 아직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감바 오사카에서 뛰던 시절과 달라진 점은

“각 팀 스타일이 달라 수준을 말할순 없지만 포지션이 달라졌다. 당시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K리그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경기한다는 점이 조직력을 중시하는 일본과 다른점 같다.”

-지난해 부상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한국에서도 나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걸로 알고 있다. 좋은 출발을 하고 싶었는데 면목이 없었다. 형(가이모토 게이지·2000년 일본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과 자주 통화를 했는데 어려웠던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좋은 충고를 많이 해줬다.”

-처음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은 해보라며 격려해 주셨다. 그보다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감바에 있을 때 부상으로 3년간 축구를 못했는데 계약이 끝날 즈음 부상이 완치됐다. 이른바 ‘제로’ 상태였던 만큼 새출발을 해보고 싶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주변에 한국축구를 잘 아는 분들이 많아 조언도 많이 들었다.”

-이른바 ‘코리아 드림’이란걸 생각했을텐데.

“솔직히 말해 그건 이곳에서 활약하는한 최고의 목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의식하고 뛰진 않는다. 팀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국에서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역시 지난해 데뷔전이었다. 올들어서는 아디다스컵에 줄곧 출전했는데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리그 우승팀인데 선수가 변한 것도 아닌만큼 지면 나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선수들과의 관계는.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해 부끄럽지만 (박)강조도 있고 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다. 모두 잘해줘 특별히 친한 선수를 꼽기도 어렵다. 나와 경쟁관계에 있는 김용희 선수와도 친하게 지낸다. 서로 자극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선수가 있나.

“월드컵을 통해 송종국과 이영표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에 반했다. 한국 선수들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배울 것은 배우고 돌아가겠다.”

-팬레터를 받아봤나.

“옛 일본팬은 지금도 가끔 팬레터를 보낸다. 한국팬에게서는 아직 한번도 못받아 봤다. 여가 시간에 팬레터 읽는게 즐거움이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일본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용인〓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가이모토는…

△등번호〓3번

△생년월일〓1977년 10월14일

△체격〓1m82, 77kg

△100m 주파〓12.0초

△취미〓독서

△가족 관계〓2남1녀중 막내

△주요경력〓일본청소년(18,19,21세 이하) 대표, 일본 애틀랜타올림픽 대표, 청소년 국제대회 2경기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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