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대한민국은 있다' 펴낸 전여옥씨

  • 입력 2002년 8월 18일 18시 17분


‘일본은 없다’의 저자 전여옥씨(43·인류사회 대표·사진)는 1997년 이 책 이후 ‘있다’ ‘없다’ 류의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이 단어들을 제목에 달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 낸 책 ‘대한민국은 있다’(중앙M&B)의 제목도 당초에는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있다, 없다는 제목을 가장 떳떳하게 쓸 수 있는 이가 전여옥씨”라는 출판사의 권유로 바꾸었다.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이 우리 앞에 무섭게 ‘있음’을 보여줬듯, 이 책에서 전씨는 실제로 ‘대한민국은 없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그 ‘없음’의 원인을 제공하는 한국의 ‘치부’(恥部)를 후벼팠다. 그 ‘치부’는 한국 ‘파워 엘리트층’의 부정적 형태다.

정부 고위관리 정치인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대기업임원 회계사들은 인연 학연 지연으로 진입 장벽을 높게 쌓아 놓고 거드름을 피운다고 전씨는 생각한다.

그들의 ‘마누라’들은 남편이 가져다 주는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묻지 않고 고급 핸드백과 옷을 산다. 호텔 방에서 함께 출장간 이사의 팬티를 빨아줘야 하는 과장도 있다.

전씨는 320페이지에 걸쳐 파워엘리트층의 실상을 쪼아댄다.

책에서 상세히 기록된 한 변호사의 사례.

상고와 지방대 법대를 나온 ‘그’는 정보통신산업(IT)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까지 했다. 그러나 귀국후 그는 ‘진입장벽’에 부닥쳐 이혼전문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는 “전관예우와 학연 지연 혈연이 판치는 비정상적인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손 씻고 싶다”고 했다.

전씨는 직접 겪은 사례도 전했다.

전씨는 모 대기업 K사장 부인의 출판 기념회 초대장을 받았다.

‘쓸데 없는 책’이라는 판단에 전씨는 식장에 가지 않기로 했으나 그 부인과 남편의 ‘독촉’ 전화에 차를 몰아 호텔로 향했다.

물론 행사장은 K사장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모인 이들로 붐볐다. 전씨는 ‘옷 로비 사건처럼 남편의 배경을 이용하는 엽기적인 그녀’라고 비난했다.

전씨는 “한국의 파워 엘리트 5%에 대한 꼬집음이다. 이들 중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비난받아 마땅한데, 정말 한 명밖에 없는가”라고 묻는다.

그럼에도 그는 ‘대한민국은 있다’를 주장한다.

“1988년 올림픽은 관제행사였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은 다르다. 국민 스스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확인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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