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있는 사람이 앞장서야’

  • 입력 2002년 8월 18일 18시 17분


83세의 실향민 강태원옹이 전 재산인 270억원을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내놓아 부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그의 사고방식은 전통적 가치관이 잔존한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혁신적이고 앞선 것이었다. 그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재산을 물려주면 안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돈이 있는 사람이 앞장서야 우리 사회가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진적인 기부 철학을 몸소 실천에 옮긴 그의 결단 앞에 누구라도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리 기부 문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자식과 갈등도 있었지만 그는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켰다. 우리에게 개인 차원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혈연에 집착하는 탓이 크다. 그의 ‘아낌없는 기부’는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는 자신의 돈으로 불우 이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의 거액 기부는 대학 등에 장학금 목적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공공 차원의 복지대책이 크게 미흡한 현 시점에서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장학금 못지않게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 점에서 불우 이웃을 돕겠다는 그의 뜻은 신선하고 의미 있다.

지난해 꽃동네의 현도사회복지대학에 시가 100억원의 부동산을 기증할 때에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이번에 나머지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굳이 신분을 공개한 이유를 들어보면 감동이 더해진다. 그는 돈 있는 사람이 재산의 사회 환원을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가진 자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신분을 공개했다고 한다. 그를 통해 ‘부자들이 사는 법’의 모델이 어떤 것인지 눈앞에 확연히 드러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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