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옥/"시끄러워 못살겠네"

  • 입력 2002년 8월 18일 18시 59분


요즈음 서울 한남대교를 지나 강남에 들어서면 경부고속도로에서 올림픽도로로 들어가는 고가도로 바로 옆에 고가도로와 거의 닿을 듯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벽이 고속도로 벽과 1m도 안 떨어졌을 것 같은 거리에 짓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영리가 목적이라고 해도 어떻게 저런 땅에 저렇게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저런 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며 내가 살 집이 아닌데도 분노가 인다. 또한 아파트 분양정책이 아파트가 다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하도록 한다면 그런 아파트에 그 많은 돈을 주고 들어가겠다고 하지는 않을 텐데 분양 공고만 보고 구입하는 누군가는 입주해서 꽤 고생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부터 도로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짓던 아파트들이 도로 바로 옆에까지 들어서고 있다. 규제개혁을 한다니까 아파트 업자들은 얼른 도로 옆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짓도록 되어있는 규정을 규제라고 풀어 달라고 하였고 규제 완화 건수를 높이려는 부처는 요구대로 법을 개정한 결과다. 시정을 요구해도 이 법은 아직도 안 바뀌고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음 진동 공해 속에서 살게 되었다. 요즈음 각종 생활 소음은 이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괴로운 것이 되었다. 자동차 기차 전철 항공기 등의 교통 소음, 행상 시위 등에서 사용하는 확성기 소음, 아파트 층간 소음 등 생활 소음, 공장 소음, 건설 현장 소음 등이 미비한 법과 기준 때문에 아직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생활하면서 소음공해 때문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하는 것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한국갤럽이 환경부의 의뢰로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6개 도시의 3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음 실태조사 결과에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주민의 62.6% 와 지방 거주자의 49%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소음 진동이 심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배출 원별 소음 진동에 대해서는 교통 소음 진동이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55.7%, 생활 소음 진동에 대해서는 43.5%의 응답자가 심각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와 함께 64%의 응답자들은 소음 진동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음에 대해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였고 소비자 또한 소음에 시달려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 참았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소음공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음 진동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환경문제라고 대답한 응답자 대부분이 이사를 할 때에는 소음 진동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하여 소비자들이 소음공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소음에 대한 불만을 소비자단체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이는 이제 소비자들이 주택의 품질에 대해서 생각하고 따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정부의 정책이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살 만한 곳에 집을 짓도록 하는 것이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앞으로는 소음공해가 주택의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심각한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의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소음 배출시설 및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

소음공해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첫째, 1990년 제정한 소음 진동 규제법을 강화해야 한다. 교통 공장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행상인 차량이나 교회 종소리, 무절제한 소음 시위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해야 한다. 둘째, 건설교통부는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줄이고 이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서 업자를 위한 기준이 아니라 소비자가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소음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도로 바로 옆에 아파트 등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개악한 법은 즉시 다시 개정해야 한다.

국회도 국민의 쾌적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은 그들의 말싸움이 아니라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소음공해, 쓰레기공해로부터 어떻게 보호하겠는다는 것인지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재옥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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