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선장 안씨 가족은 32t급 목제 어선을 타고 신의주를 출발해 평북 철산군 동천리 부두에서 기관장 김씨 가족을 태운 뒤 남하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고 중국 깃발을 다는 등 중국 어선 ‘요동어 3043호’로 위장했고, 일단 공해로 나가 중국 어선단에 섞여 남하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신의주를 출발한 지 닷새 만에, 동천리 부두를 떠난 지 25시간 만에 서해 백령도 서남방 5.7마일 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해군 함정에 발견됐다.
이들은 먼저 우리 해군에 “배에 물이 차 오른다. 살려달라”며 구조를 요청했고, 해군 함정에 올라탄 뒤 “평소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남한 사회를 동경해 왔다”고 귀순 동기를 밝혔다.
이전에도 중국 일본 등 제3국을 경유한 탈북 사례는 많았지만 북한에서 바닷길을 통해 직접 우리측으로 내려온 것은 안, 김씨 가족이 처음이었다. 안씨는 지난해 51세의 나이로 폐암으로 사망했고, 김씨는 ‘형제회’라는 탈북자단체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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