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리치 빔, 첫 메이저타이틀…타이거 우즈 1타차 따돌려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00분


제84회 미국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우승을 차지한 리치 빔이 우승트로피(워너메이커)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채스카AP연합
제84회 미국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우승을 차지한 리치 빔이 우승트로피(워너메이커)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채스카AP연합
두둑한 배짱의 승리였다.

19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 헤이즐틴GC(파72)에서 벌어진 올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84회 미국PGA챔피언십(총상금 5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한 ‘황제’ 타이거 우즈(27·미국)가 7번홀(파5)에서 세 번째 버디를 낚아 합계 7언더파로 1타차까지 따라붙은 상황.

정상급 선수들도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린다는 우즈가 맹추격을 벌이고 있건만 산전수전 다 겪은 리치 빔(32·미국)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티샷을 282야드 날린 7번홀에서 홀까지 남은 거리는 260야드. 게다가 왼쪽엔 연못이 자리 잡고 있어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3번우드를 잡은 빔은 2온을 시도했고 볼은 그린 끝자락에 멈췄지만 무난히 버디를 추가, 2타차 리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빔의 저돌적이고 겁없는 코스매니지먼트가 돋보인 것은 11번홀(파5).

8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다시 우즈에게 1타차로 쫓긴 빔은 승부를 걸었다.

327야드짜리 드라이버티샷을 날린 빔은 우드3번으로 홀컵 1.8m 지점에 투온시킨 뒤 천금의 이글을 잡아냈다. 이 홀에서 파에 그친 우즈를 다시 3타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승부를 가른 것이다.

오히려 초조해진 우즈는 이후 13번홀과 14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자멸하고 말았다.

우즈는 15번홀부터 파죽의 4연속 버디를 낚으며 사력을 다했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빔의 상승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빔은 헤이즐틴GC에서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4)에서 거침없는 세컨드샷을 날린 데 이어 무려 10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줄곧 무표정하게 플레이하던 빔은 그제서야 주먹을 한껏 휘두르며 우승을 확신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즈를 2타차로 앞서 있던 최종 18번홀(파4)에서 빔은 보기퍼팅으로 우승을 확정지으며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맛봤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리치 빔 누구인가…전자제품 외판원서 메이저 우승자로

제84회 미국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리치 빔(32·미국)은 전자제품 외판원에서 골프 메이저타이틀 홀더가 된 ‘인간승리’의 주인공.

뉴멕시코주립대를 졸업하고 94년 프로에 뛰어든 빔은 이듬해 골퍼로서 자질이 없다고 판단,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시애틀에서 휴대전화와 카스테레오 세일즈맨으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 없었던 그는 텍사스주 엘파소골프장에서 티칭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중 98년 그곳에서 열린 뷰익클래식에서 고향친구인 J.P. 헤이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본 빔은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빔은 우승직후 공식인터뷰에서 “사실 그때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주말에 취미로 골프를 치고 싶었다. 그러나 무엇인지 모를 힘이 나를 프로골퍼로 되돌려 놓았다”고 말했다.

피말리는 퀄리파잉스쿨을 8위로 통과한 빔은 99시즌 미국PGA투어에 데뷔해 12번째 출전한 대회인 켐퍼오픈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재기의 싹을 틔웠다.

그해 신인상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지난해 ‘톱10’ 2차례에 그치며 상금랭킹 109위로 부진했으나 올들어 제뉴이티챔피언십 4위, 켐퍼오픈 2위에 이어 3주전 인터내셔널대회에서 통산 두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는 1m73㎝, 69㎏으로 크지 않은 체구를 지녔지만 집중력이 뛰어나 퍼팅에 강점이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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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회 PGA챔피언십 최종 성적
순위선수(국적)스코어
리치 빔(미국)-10278(72-66-72-68)
타이거 우즈(미국)-9279(71-69-72-67)
크리스 라일리(미국)-5283(71-70-72-70)
저스틴 레너드(미국)-4284(72-66-69-77)
프레드 펑크(미국)-4284(68-70-73-73)
로코 미디에이트(미국)-3285(72-73-70-70)
마크 캘커베키아(미국)-2286(70-68-74-74)
비제이 싱(피지)-1287(71-74-74-68)
짐 퓨릭(미국)0288(68-73-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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