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홍씨는 89년 11세의 나이로 영국 현악계의 거두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경을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기대주. 김정원씨는 15세 때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한 뒤 수석졸업했다. 2000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뒤 아담 하라 셰비치 등 심사위원들이 ‘진정한 우승자는 킴(Kim)’이라며 이의를 제기, 화제가 된 주인공. 연습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을 16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이유홍씨는 머리를 시원하게 깎으셨네요. ‘영국제’인가요?
이유홍〓6월 영국북부왕립음대 졸업연주를 마치고 깎았어요. ‘자유인’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한다는 뜻이죠. 워낙 제가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김정원씨도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요.
김정원〓원래 곱슬 머리에요. 98년 부조니콩쿠르에서 연주도중 눈이 머리카락에 찔리는 바람에 연주가 중단돼 버렸죠. 그 뒤 머리를 펴서 뒤로 묶었는데, 그 모습으로 지난해 국내 데뷔를 했으니 지금 보면 팬들이 어리둥절해 하실 거에요.
-두 분이 처음 만나 연주를 갖는데, 상대방의 연주에 만족하시는지….
김〓피아니스트들은 첼로처럼 ‘켜는’ 현악기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어요. 저도 연주할 때 항상 첼로의 소리를 상상하죠. 현악기 켜는 모습을 팔 모양으로 흉내내기까지 해요. 그런데 유홍이는 제가 상상하는 그런 완벽한 소리의 이음매를 갖고 있어요.
이〓제 경우는 정반대에요! 저는 피아노 소리를 상상하면서 연주하는데, 정원이형은 좋은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소리의 ‘컬러’를 다 갖추고 있어요.
-다른 많은 음악양식들도 그렇지만, 첼로소나타도 베토벤에 와서 큰 비약을 이루죠. 다섯 곡의 거작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데 따른 부담은 없을지….
이〓베토벤의 교향곡이나 피아노협주곡이 그렇듯 첼로소나타도 3번에서 이전의 것과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하죠. 구조적으로 완벽에 가깝고, 당당하고,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쳐요. 최선을 다해보는 거죠.
김〓나 혼자 피아노소나타 다섯 곡을 선보이라면 엄두가 안 날겁니다. 의논할 상대가 있으니 마음의 의지가 되는 거죠. 베토벤은 곧이곧대로 해석할 경우 지루해지고, 그렇다고 해서 재미 위주로 다가가면 너무 가벼워지기 쉬워요. 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려는 노력 자체도 부자연스러움을 낳을 수 있구요. 느낌을 중시해 다가가려 합니다.
30일 연주회에서 두 사람은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1, 2번과 ‘유다스 마카베우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9월 6일 콘서트에서는 연주회에서는 소나타 3, 4, 5번을 연주한다. 오후8시. 3만원. 02-6303-1919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두 연주자 어머니 이금림-박효순씨
두 연주자가 연습하는 동안 연주자의 ‘남다른’ 어머니들도 얘기꽃을 피웠다. 김정원씨의 어머니는 방송 드라마 작가 이금림씨(54), 이유홍씨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겸 공연기획가 박효순씨(57·금호문화재단 이사).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연주가 어머니되기의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이〓박선생님은 연주가시니까 마음고생이 덜 했겠어요. 내 경우 악기를 너무 몰라 미안하더라구요. 한번은 피아노 소리가 그쳐 방에 들어가보니 정원이가 피아노 아래 쭈그리고 앉아 ‘왜 음악하는 걸 말리지 않으셨어요’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 때 많이 놀랐죠.
박〓나도 음악가라지만 첼로에 대해 모르는 건 마찬가지예요. 비행기를 탈 때 첼로 자리를 따로 마련해줘야 하는 등 온갖 자잘한 문제를 나중에야 알게 됐죠.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음악을 시키게 되셨어요?
이〓‘그냥 교양삼아서’였는데, 자기가 저렇게 빠져든거죠. 길도 자기가 다 닦았구요. 유홍이 경우는 어땠나요?
박〓쟤 형을 바이올린 시켜서 세 모자가 3중주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었어요. (웃음) 그런데 유홍이만 유독 악기에 달
라붙더라구요. 저마다 타고나는 게 있는 모양이에요.
이〓음악하는 아이들한텐 어머니가 ‘상담원’이랄까, 불평을 듣는 역할까지 해주어야 하죠. 유홍이는 어머니가 낙천적이면서 강인하셔서 든든하다고 하던데요.
박〓정원이야말로 어머니가 마음의 의지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드라마 작가라 그런지 어떤 얘기든 잘 듣고 이해해주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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