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동화로 읽는 그리스 설화가 나왔다. 옛 그리스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를 배울 수 있는 설화 10편이 한권에 한편씩 담겼다.
1권 ‘슬픈 나이팅게일’은 작년 국제비엔날레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
옛날 옛적에 어여쁜 공주와 잘생긴 왕자 남매가 살았다. 그들은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궁궐 뜰에서 춤을 추던 공주는 머리에 두른 하얀 비단 스카프를 풀어 하늘에 대고 흔들었다. 그때 갑작스레 공주가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은 공주가 들고 있던 스카프를 낚아채 하늘 높이 올렸다가 덤불 속으로 떨어뜨렸다.
어린 동생은 누나를 위해 스카프를 찾으러 부리나케 달려갔다. 동생은 빽빽한 덤불 속을 간신히 뚫고 들어갔고 누나는 동생이 스카프를 찾아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동생은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공주는 무슨 일이 있어났나 보려고 덤불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공주는 동생을 부르고 불렀지만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이팅게일의 슬픈 울음소리뿐이었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공주가 애처롭게 외치는 소리에 대답하려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새소리마저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됐다. 날이 가고 달이 흘렀지만 어린 왕자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이후 공주는 넋이 나가 ‘슬픈 나이팅게일이 보고 싶다’고만 말했다. 왕은 공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누구든 공주의 소원을 이뤄주기만 하면 공주를 신부로 주겠다고 선포한다.
이 소식은 부자 상인의 아들 스누티와 어린 고아 소년의 귀에도 들어간다. 두 사람은 각각 슬픈 나이팅게일을 찾아 모험의 길을 떠난다. 누가 악마의 저주를 받아 슬픈 나이팅게일로 변한 왕자를 찾아줄 것인가.
2권 ‘호두속으로 들어간 드레스’, 3권 ‘대리석 공주’, 4권 ‘열두달 이야기’, 5권 ‘고양이와 아기곰’, 6권 ‘물의 요정과 신비한 베일’, 7권 ‘상추잎 한 장’, 8권 ‘백조와 미녀’, 9권 ‘세가지 충고’, 10권 ‘게으른 점쟁이’ 등 각각의 설화마다 그리스 신화에 못지않은 풍부한 상상력과 지혜가 읽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작가 스테파니테스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공부했으나 설화 연구에 매료돼 삶의 방향을 바꿨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그리스 설화를 발굴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따뜻한 꿈을 전하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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