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患難相恤(환난상휼)

  •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17분


患難相恤(환난상휼)

患-근심 환 恤-부쌍할 휼 遝-뒤따를 답

慈-어질 자 揚-드날릴 양 罹-입을 리

흔히 우리나라 사람을 두고 ‘恨(한)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역사상 수많은 外侵(외침)과 天災地變(천재지변), 內亂(내란) 등으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진 데다 壓迫(압박)과 설움에 지칠 대로 지친 결과 은연중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민족에는 많은 게 또 하나 있다. 人情(인정)이다. 그래서 남의 딱한 사정을 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國民性(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이웃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일인 양 두 소매 걷어 부치고 나섰으며 내 배가 고파도 지나가는 거지 밥 한 술 떠 주기를 아까와하지 않았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는 신문의 사회면에 심심찮게 美談(미담)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이 보도되기가 무섭게 誠金(성금)과 誠品(성품)이 遝至(답지)하는가 하면 돕기를 자청하는 이가 줄을 잇는다. 또 매년 年末年始(연말연시)면 不遇(불우)이웃 돕기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며 평소에도 방송국에서는 인기 연예인을 등장시킨 慈善行事(자선행사)가 수없이 열리는 등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돕기’행사가 많다.

특히 電話(전화) 한 통으로 간단히 정성을 표시할 수 있는 데다 注油所(주유소)의 계량기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성금액수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ARS방식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로 어떤 외국인은 한국의 이같은 돕기 방식이 무척 인상깊었다고 했다.

워낙 남을 돕기를 좋아했던 민족이어서 인지 우리 조상들은 아예 불우이웃 돕기를 明文化(명문화)하기도 했다. 鄕約(향약)이라면 조선시대 때 儒敎的(유교적) 禮俗(예속)과 美風良俗(미풍양속)을 高揚(고양)하기 위해 鄕里(향리)별로 시행했던 일종의 自治規約(자치규약)이다. 4대 행동강령을 두어 실천을 권장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德業相勸(덕업상권. 좋은 일은 서로 권함), 過失相規(과실상규. 잘못은 서로 규제함), 禮俗相交(예속상교. 예에 맞는 풍속은 서로 교환함), 患難相恤(환난상휼.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도와줌) 등.

이번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았다. 엄청난 집중호우로 일부지역은 열흘이나 물바다를 이루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家屋(가옥)과 재산피해가 드러나고 있는데 보도에 의하면 막심하다고 한다. 失意(실의)에 젖어있는 罹災民(이재민)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다시 한번 患難相恤의 아름다운 마음을 발휘할 때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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