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서울대 입시 지역할당제 도입

  • 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2분


▼학벌지상주의 폐단 없앨 입시 개혁 출발점▼

지난 10년 동안 당국의 대학입시 정책이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바뀌었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가 스스로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역 할당제’는 이미 학계에서 지방대 육성책의 하나로 제시됐던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사회 통합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는 이 제도는 미국 유수 대학들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전체 모집인원 중에서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거나 정원 외 일정 인원을 뽑는 방법 등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운찬 총장은 취임식에서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의 육성을 제시했다. 지역할당제 등 다양한 입시전형 계획은 이 같은 정 총장의 서울대 개혁론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학벌지상주의 폐단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가 이에서 벗어나 ‘큰 사람’을 키우는 학문의 전당으로 거듭나려면 입시전형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다.

변경섭 대구 달서구 두류3동

▼대학 편법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 많아▼

취지는 공감하지만 예상되는 반발과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입시의 성격이 우수하고 자질이 있는 학생을 발굴함에 있으므로 엄연히 실력차가 있는 학생을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혜 선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이 제도가 오히려 편법입학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 가령 지방의 학생을 선발할 때 지방에서도 학교에 영향력을 미치는 학부모의 자녀들이 우선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지역을 어떻게 나눌지 모호하며, 대학 전체 단위인지, 단과대학 단위인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대도시 내에서의 소득에 따른 교육환경 격차도 고려돼야 한다. 지방학생을 우대할 경우 대도시의 중산층과 저소득층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어느 쪽에 특혜를 주면 반드시 어느 한쪽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한 군에 불과 1, 2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해서 대도시와 지방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골이 깊어진 사회통합이 과연 이루어질지도 의문시된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1가

▼사회적 약자 배려…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

서울대가 2001년도 신입생 3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도시와 광역시 출신이 77%를 차지했으며 의사 변호사와 기업체 간부 사업가 등 고소득 화이트칼라 계층의 자녀가 절반(52.8%)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역간 계층간 교육기회 불균등과 그에 따른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안배’가 자유경쟁 원칙을 훼손한다고 반대하지만 일체의 배경과 여건을 무시한 ‘단순경쟁’을 과연 ‘공정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하버드 예일 등 미국 명문대들은 지역별 경제수준별 인종별로 신입생을 뽑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입시정책을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의 지역안배는 지방주민들이 아이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대도시로 유학 보내거나 아예 이사함으로써 농어촌 학교는 갈수록 텅텅 비어가는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상자는 전국의 각 군에서 1, 2명씩 200∼300여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같은 정책이 서울 지역의 다른 대학으로 확산된다면 인구의 대도시 집중을 막고 지역간 계층간 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최재두 광주 광산구 운남동

▼지방거주라는 이유만으로 특혜선발해서야▼

교육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아무래도 현행 입시제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는 교육 인프라의 불균등한 배분에 의한 구조적인 것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특정 계층의 학생이 대거 서울대에 입학하는 상황은 분명 기회의 평등에 배치된다. 그렇다고 다양한 지역이 다양한 계층을 수렴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할당된 쿼터를 둘러싸고 기존의 불합리한 경쟁의 재판이 빚어질 위험이 있다. 곧 소외된 지역 내에서 좋은 조건을 가진 또 다른 특정 계층이 생겨나고 선발될 수 있다. 혹은 단순히 ‘군소도시 거주’라는 이유가 선발의 요건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은 또 다른 기회의 불평등이다. 계층이 지역의 차별성만으로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도시 내에서도 교육 소외학생이 있을 수 있다. 현행 농어촌 특별전형에 ‘지역안배’라는 보기 좋은 허울만 덧씌운 것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 이외의 영역에서 발휘되는 능력을 찾아낼 수 있는 다양하고 명확한 입시제도가 요구된다.

한규진 경기 하남시 창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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