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장기투자땐 자기자본이익률(ROE) 따져라"

  • 입력 2002년 8월 21일 17시 37분



“누적의 원리(Magic of Compounding)를 알면 주가가 보입니다.”

삼성증권에서 회사 돈으로 주식을 운용하는 김영권 주식운용팀장은 주식을 고를 때 어느 회사가 ‘누적의 원리’ 효과를 볼 것인지를 중요하게 따진다.

‘누적의 원리’란 높은 이익률을 오래 지키는 기업은 기업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1억원을 30%의 복리로 운용하면 10년 뒤에는 13억7900만원이 되고 30년 뒤에는 2620억원, 36년 뒤에는 1조2646억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주에게 이자율과 같은 개념은 회사가 주주의 자본으로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김 팀장은 “누적의 원리 때문에 길게 보면 ROE가 높은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년 동안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의 실적 및 주가를 분석해보면 ‘누적의 원리’의 효과가 확연하다. 삼성전자의 자기자본은 1990년 말 8144억원에서 2001년 말 19조4737억원으로 23.9배 늘었다. 반면 한전은 90년 7조5676억원이었다가 지난해 32조9947억원으로 4.6배 느는 데 그쳤다. 국제 반도체 가격에 따라 변동이 심했지만 삼성전자의 ROE는 95년에 60.16, 2000년에 40.74까지 올랐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2002년 예상 ROE는 32.53. 반면 한전의 ROE는 1990년 이후 지금까지 대체로 4∼8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런 사정은 당연히 주가에 반영됐다. 90년 1월31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2800원으로 2만300원인 한전의 두 배에 불과했다. 그러나 21일 삼성전자가 35만원으로 장을 마친 데 비해 한전은 2만1600원으로 12년 전과 같다.

김 팀장은 “은행의 예금 금리는 꼼꼼히 따지면서도 기업의 ROE는 알아보지 않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많다”며 “이는 어떤 식당이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지를 계산해 보지도 않고 인수하는 투자자와 같다”고 말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돈 많이 버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만고불변의 이치”라며 “미국 증시가 회복되면 ROE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더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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