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어 한반도도 기상이변▼
이러한 ‘갈색구름’ 현상은 남아시아에서만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다. 필자는 지난달 3일부터 23일까지 ‘PAS 대학생 해외청년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야쿠츠크에 다녀왔다. 야쿠츠크는 세계 3대 강의 하나로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해 북극으로 흐르는 레나강변에 발달한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다. 지리적으로 북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야쿠츠크는 몽골에 비견되는 파란 하늘과 북시베리아 특유의 아름다운 삼림 및 광대한 평원(투이마다)을 간직하고 있다. 낮에는 35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였지만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뭉게구름 떠있는 레나강 위의 푸른 하늘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백야의 여름, 해와 달과 레나강이 함께 흐르는 새벽 하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귀국을 앞둔 어느 날 그토록 맑고 푸른 하늘이 안개로 덮인 듯 뿌옇게 변했다. 야쿠츠크 근교 삼림에서 산불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 산불로 5일간이나 비행기가 뜨질 못했다.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보다도 초목을 태우는 것과 같은 생물자원의 연소가 더 큰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주장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이 산불의 위력은 대단했다. 삼림지대에서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이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이처럼 큰 ‘여름 산불’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늦은 봄에는 3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쿠츠크가 생긴 이래 최악의 ‘봄철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레나강이 범람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레나강의 재앙을 경험했던 야쿠츠크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라도 하듯 이 여름 산불이 자연적으로 소멸되도록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겨울이면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가는 동토의 땅이지만 세계 최대의 청정 유역으로 남아있던 북부 시베리아를 러시아 정부는 차츰 황폐화시켰다. 주민들의 뜻과는 달리 폐기물을 이 지역에 마구 버렸다. 석유, 가스, 금, 주석, 다이아몬드, 석탄, 농업원료 등 풍부한 유용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이 지역이 대규모로 개발됨으로써 지금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극해는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되어 방사성 폐기물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근간으로 하는 ‘리우선언’에 서명한 러시아가 이 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올해는 1992년 6월 179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던 리우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신개념을 채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구 정상회의(WSSD)’가 열린다. 이번 ‘요하네스버그회의’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실천적 내용이 보다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몇 년째 아열대성 호우를 동반한 ‘8월 장마’가 엄습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실천 전략을 마련할 때가 된 듯하다.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 수립을▼
이번 ‘8월 호우’는 아시아의 ‘갈색구름’ 현상 때문이거나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오존층이 파괴되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상이변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해마다 파괴적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도 ‘살아있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만을 하며 살아온 북시베리아의 야쿠츠크 사람들처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최악의 ‘환경재앙’이 속출하는 최근의 지구적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도 이제 ‘지속 가능한 환경친화적 개발’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김진홍 한국외국어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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