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부 수해 책임 규명하라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4분


경남지역 수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액이 이미 3000억원이 넘었고 한 수재민은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곳곳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수재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들이 이토록 서운해하는 것은 이번 수해를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재민들이 인재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김해시 한림면의 경우 주민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폭우에 대비해 강을 준설하고 배수펌프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시측이 대책을 세우지 않은 바람에 엄청난 피해가 났다는 것이다. 또 함안군 6개 마을을 삼킨 백산제방 붕괴는 군(郡)에서 증축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둑의 반 정도밖에 물이 차지 않았는데도 무너졌다는 주민들의 말대로라면 부실공사일 개연성이 커 보인다.

낙동강 하류 같은 상습침수지역은 수해에 대비해 평소에 강바닥을 파내 수위를 낮추고 수방시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수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폭우였지만 둑과 배수시설만이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실공사로 제방이 무너지고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면 분명히 인재다.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고 대비를 소홀히 한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수재민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는 일이다. 그저께 열린 재해대책위원회는 수해지역을 수재민들이 요구하는 특별재난지역 대신 재해극심지역으로 지정했다. 자연재해의 경우 재난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생활 터전을 모두 잃은 수재민들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마당에 규정 운운하며 지원에 인색하다면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진상 조사도 없이 서둘러 자연재해로 규정한 것은 인재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뺌으로 보일 수도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