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무인도에서의 낭만여행 사(沙)승봉도

  • 입력 2002년 8월 22일 16시 08분


사승봉도=전영한기자 scoopjy@donga.com

사승봉도=전영한기자 scoopjy@donga.com


거센 비도, 찌는 더위도 한풀 꺾인 청명한 8월 하순. 1박2일의 주말 나들이에 나선 이들이 찾아볼 만한 곳으로 인천항에서 쾌속정으로 1시간10분 거리의 무인도인 사(沙)승봉도가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모래밭, 낚시 애호가들을 신나게 할 만한 ‘어획고’, 즐비한 바위 위의 무수한 갯고둥과 게들이 아이들마저 즐겁게 만드는 섬이다.

행정구역상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하는 이곳은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을 자주 배출해온 서울 명동의 한 유명 미용실 오너가 20여년 전 구입한 섬. 7년 전부터는 관리인 부부가 ‘결혼한 로빈슨 크루소 부부’처럼 살고 있어 엄밀한 의미의 무인도는 아니다.

사승봉도의 가장 큰 매력은 한적한 비경(秘境)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썰물 때가 되면 동북쪽으로 길이 2㎞ 폭 200m, 서북쪽으로 길이 2.5㎞ 폭 1㎞의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뒷산에는 해송 참나무 오리나무 칡덩굴 등이 깊은 숲을 이뤘다. 해변 바로 뒤에서 매미가 운다. 사승봉도는 대이작도와 마주 보고 있으며 그 사이의 바다는 내해(內海)처럼 고요하다. 썰물 때면 모래등이라는 모래섬이 나타난다.

맑은 날 일몰이 시작되면 서쪽 하늘과 바다 가득히 낙조가 장관을 이루다가 바다 위의 붉은빛을 차츰차츰 수평선 쪽으로 거둬간다. 이 경관 때문에 6월에는 황신혜 윤다훈 등이 찾아와 영화 ‘패밀리’를 촬영했다.

이곳에서 갯바위 낚시를 하면 20㎝ 안팎의 노래미나 우럭 등을 5∼10분마다 낚을 수 있다. 갯바위에 서면 수면 위로 농어나 숭어가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희귀어나 월척을 노리는 낚시광들의 욕심을 채우지는 못 해도 가족들과 함께 찾은 아마추어 낚시 애호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광어 도다리 감성돔 장어도 잡힌다.

이곳 백사장과 갯바위는 ‘인적미답’에 가깝다. 관리인 부부의 아들 서재현씨(40)는 16일 60명 정도가 찾은 게 ‘사상 최다’라고 말했다. 게들이 백사장에 파 놓은 무수한 구멍과 잎맥처럼 새겨진 작은 생물들의 모랫길, 서북쪽 백사장 끝 갯바위밭에 셀 수 없을 만큼 들러붙은 고둥들,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해 백사장에 얼음처럼 남겨진 투명한 해파리 등이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서씨는 “특히 9월부터는 밤에 백사장에 전등을 비추면 민꽃게가 떼지어 몰려나와 식욕을 돋운다”고 말했다. 암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의 맛도 참 좋다. 섬에는 우물이 두 군데 있으며 그 중 하나는 해변 가까이에 있어 해수욕 후 몸의 소금기를 씻어낼 수 있다.

8월말까지는 날씨에 따라 해수욕이나 모래 찜질도 가능하다. 그러나 물이 다소 차갑다. 물빛은 비교적 맑지만 ‘황해(黃海)’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88년부터 한 해도 빠짐 없이 사승봉도를 찾았다는 명수진(45·인천 서구 가정동) 김옥경씨(45) 부부는 올 여름 친지들과 직장 동료들을 두 차례나 이곳으로 안내했다. 이들은 “가을 주말이나 추석 연휴 때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며 “며칠씩 요란하게 즐길 수는 없어도 1박2일 자연 속에 푹 파묻혀 머릿속을 맑게 하고 가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면 우선 관리인 서창화씨(032-831-6651, 2) 부부가 사는 산 속의 집에 머무는 방법이 있다. 한 방에 10명까지 잘 수 있는 크기의 방이 6개 있는데, 세련된 현대식은 아니다. 샤워는 우물물로 할 수 있다. 모기향을 갖고 가야 한다. 전기가 풍족하지 못해 냉장고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1박 3만원.

서씨 부부가 세워둔 바닷가 텐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8인용 3만원, 4인용 2만원, 텐트를 갖고 가면 1만원을 내면 된다. 섬에 들어서려면 별도의 관리비로 1인당 2000원씩을 내야 한다.

사승봉도로 가려면 일단 승봉도를 거쳐야 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삼으면 지하철 1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이나 동인천역에서 하차, 인천 연안부두로 가서 원광해운(www.wk.co.kr) 소속 쾌속정 파라다이스나 완행선 올림픽호로 승봉도까지 간다. 쾌속정으로 편도 1시간10분이 걸리며 배삯은 대인 기준 왕복 3만2300원. 예약이 안돼 출항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대부도에서 대부해운(www.daebuhw.com)을 이용하면 편도 2시간10분이 걸리며 요금은 왕복 1만6000원이다. 역시 예약은 안된다. 출항 시간 등은 홈페이지를 참조. 승봉도에서 사승봉도로 가는 통통배(편도 10분 소요)는 매시간 1편꼴로 있으며 왕복 7000원이 기준이다.

사승봉도〓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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