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의 한 칼럼니스트는 일본시장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맥아를 덜 넣어 알코올도수를 낮춘 하포슈는 한 캔에 100엔가량으로 보통 맥주보다 값이 20∼30% 싸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격인하에 나선 맥주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한 품목. 이처럼 일본 사람들이 하포슈를 즐겨 찾는 것은 불경기가 오래 간다는 징조라는 것이다. 양주 소비량으로 한국의 경기를 짚어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 뉴욕 증시는 뜨는데 아시아 증시는 처지는 모습이다. 7월23일 약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5%가량 올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8% 올랐다. 다우존스 600 유럽 지수는 이보다는 못하지만 11%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 중 다우존스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4% 하락했다.
왜 그럴까. 물론 돈의 흐름에 이유가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 미국 투자자본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8∼14일 아시아 뮤추얼펀드 131개 가운데 미국 투자자금이 순매수한 것은 9개에 불과했다. 이보다 일주일 전에는 순매수 대상이 76개였다. 순매도 대상은 2주전 52개 펀드에서 지난주 96개로 부쩍 늘어났다.
자금이탈은 왜 나타날까. 우선 아시아 증시가 올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세계 증시에 비해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돈을 가져간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또 일본 경제가 악화하는데 따라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증권의 글로벌 전략가 제이 펠로스키는 산업적 측면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미국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미국을 주요한 수출시장으로 갖고 있는 국가의 수출이 저조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희한한 것은 미국 경제 침체에 미국 증시보다 한국 등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증시가 더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점. 마치 미국 경기 침체 때문에 다른 나라 화폐가 더 약세를 보이니 달러화가 오히려 강세로 돌아서는 아이러니를 보는 듯하다. 그래도 한국 경제는 튼튼한 내수가 뒷받침이 돼 아시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미국 애널리스트들이 대체로 좋게 보고 있어 다행이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