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가 급등이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설에 영향받아 일시적으로 오른 것일 뿐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낮아지면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많다. 하지만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 해소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는 한 유가는 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고유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부진하기 때문에 유가 급등은 반가운 일이 더욱 아니다. 국제유가의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여부에 달려 있지만 유가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4분기에 6.3%라는 비교적 높은 성장을 했고 연간 6.5% 안팎의 무난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지만 고유가가 오래가면 이런 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미국 경제의 이중침체(더블딥) 가능성이 적다”(전윤철 경제부총리)거나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도 6%대 초반의 성장을 기록할 것”(박승 한국은행 총재)이라는 낙관론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유가가 더 오르면 한국경제는 미국경제 불투명, 환율 하락에 더해 고유가라는 ‘3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가상승이 계속되면 국제수지가 나빠지고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감소 등으로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내수위주의 경기상승으로 내년에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마당에 유가상승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경제를 낙관하는 버릇이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진단과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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