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경기째 스타팅으로 나선 최태원(32·SK 와이번스)은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4회 대타 정경배와 교체됐다. 일찍 더그아웃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동료들이 안타를 칠 때마다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후 6시 연속경기 2차전.
전광판에 그의 이름이 새겨졌다. 대망의 1000경기 연속출전이 마침내 이뤄졌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6시21분 경기시작에 앞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1000경기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던 기도. 이날은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기도였다. 어렸을 때부터‘악바리’ ‘독종’으로 통했던 최태원. 그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1000경기 연속출전의 고지를 밟았다.
최태원이 95시즌 두 번째 경기인 4월16일 광주 해태전에서 대타로 출전한 뒤 23일 대전 한화와의 연속경기까지 7년4개월6일(2686일) 동안 팀의 전 경기에 ‘개근’했다.
1000경기 연속출전은 미국(6명)과 일본(5명)을 합쳐 11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자 3개국을 통틀어 현역선수 가운데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괴물타자’ 마쓰이 히데키(1217경기)에 이어 두 번째.
성남고-경희대를 졸업한 뒤 93년 쌍방울에 입단한 최태원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95년부터 주전자리를 꿰차면서 전 경기 출전을 시작했다. 프로 10년간 개인통산 기록은 타율 0.268(4181타수 1122안타)에 24홈런 339타점. 그는 연속경기 2차전에서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1000경기 연속 출전을 자축했다.
한편 사직에서는 삼성 이승엽이 롯데와의 경기 7회초 무사 상황에서 시즌 37호 아치를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며 홈런 선두를 질주했다. 개인 통산 7번째 만루홈런을 날려 프로 최다 기록인 김기태의 8개를 1개차로 바짝 추격. 이날 이승엽은 사상 최단기간인 98경기 만에 시즌 100타점 고지를 밟는 새로운 이정표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역시 이승엽이 99년 세웠던 104경기.
잠실에서 두산은 한 지붕 라이벌 LG와의 연속 경기 1, 2차전을 모두 잡아 5위에서 4위로 뛰어오르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재시동을 걸었다. 3위 LG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두산의 김인식 감독은 3연승과 함께 자신의 통산 600승 고지 돌파(601승)를 자축했다. 2차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두산 진필중은 통산 네 번째 150세이브를 최연소로 달성.
대전〓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최태원 일문 일답▼
-목표를 달성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는가.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 1000경기 연속출전을 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기록이 언제 끊기는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내 실력이 안 되면 더 이상 연속출전에 연연하지 않겠다. 앞으론 개인기록보다 팀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 우승을 달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싶다.”
-연속경기 출전에 위기가 많았을 텐데….
“96년엔 왼쪽 손목부상으로 경기에 나서기 어려웠고 98년엔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지난해엔 무릎에 물이 차 뛰기 힘들었다. 이외에도 감기몸살이나 잔 부상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부상할 때마다 ‘난 이겨낼 수 있다’는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선수생활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대략 38세 정도까지…. 될 수 있는 한 오래 하고 싶다. 선배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그래도 행복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대전〓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