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이 ‘찾아 낸’ 황진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황진이와 다르다. 자신을 사모하던 총각이 자살해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아니며, 그의 일생이 남녀간의 문제로만 점철된 것도 아니었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에서 황진이가 털어 놓는 내밀한 고백과 성찰은 깊고 아름답다. 황진이는 그 시대의 누구보다 사랑에 능동적이었으며, 화담학파의 대모이자 10년 동안 서경덕의 문하를 지킨 지식인이었다. ‘나, 황진이’에서는 황진이의 개인적인 삶과 함께, 16세기 조선중기 지식인 집단의 문화가 고스란히 투영된다.
저자는 이 소설을 대중판과 주석판, 두 가지 판본으로 출판했다. 대중판에는 백범영 화백이 그린 60여점의 수묵화를 수록했으며, 주석판에는 삽화 없이 600여개의 주석과 창작보고서, 참고문헌 등을 실었다.
주석판 출간에 대해 김씨는 “역사소설도 이제는 야사 위주의 짜깁기로부터 탈피하여 철저한 고증과 문체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장일구씨는 “이 소설에 달려 있는 방대한 양의 주석은 이 소설이 그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며, 그 자체로 황진이의 독백 저편에 숨겨진 뜻을 밝히는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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