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강동연/다국적 광고회사의 시장지배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22분


국내 2위의 광고회사인 LG애드가 영국계 WPP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WPP는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JWP를 내세워 국내 10위권의 광고회사인 애드벤처 월드와이드를 인수해 WPPMC코리아를 설립한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 그룹이다.

이미 1999년 11월 영국계 광고회사인 CCG가 현대계열의 금강기획을 인수했으며, 일본 제1의 광고회사인 덴쓰(電通)도 지난해 7월 국내 33위였던 인터내셔널큐와 합작해 덴쓰이노벡을 설립하는 등 최근 국내 광고시장은 외국 다국적 광고회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은 85년 2월에 개최된 한미 통상장관회의에서 처음 개방 논의가 있은 후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1987년부터 점진적으로 개방해 오다가 91년에 이르러 완전 개방했다.

이로써 외국의 광고회사들도 국내에서 한국 광고회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광고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개방 초기만 해도 외국 광고회사들의 국내 광고시장 점유율은 3∼5%대로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광고시장의 구조가 계열 광고회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외국 광고회사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으며, 또한 한국 고유의 사회 문화적 특성이 외국 광고회사들의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IMF 이후 재벌 기업들의 비핵심사업 정리방침에 따라 국내 계열 광고회사의 해외 매각이 잇따라 이루어졌고, 시장개방 확대로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다국적 광고회사의 성장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 결과 다국적 광고회사들은 국내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한국 광고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다국적 광고회사들의 한국 광고시장 점유율은 98년까지만 해도 7.6%에 불과했으나 99년 13.1%, 2000년 33.3%, 2001년 36.1%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WPP그룹이 LG애드의 지분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다국적 광고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을 전망이다.

또한 국내 10대 광고회사 중 절반이 넘는 6개 사가 다국적 광고회사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제 한국의 광고시장은 다국적 광고회사들에 의해 지배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국적 광고회사의 국내 광고시장 지배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이를 산업적 논리에 의존해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산업은 단순히 산업적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공재(公共材)적 기능을 갖고 있다.

광고는 한 나라의 문화적 코드를 내재하고 있으며, 한 나라의 언론산업을 지탱해 주는 의존자원 역할을 하고 있다.

다국적 광고회사의 국내 시장 지배는 곧 문화적 지배와 언론산업의 지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시장 지배를 경험한 중남미나 동남아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광고시장에 대한 다국적 광고회사의 잠식문제는 단순한 산업적 논리보다는 문화적 맥락 및 언론산업의 미래 등 다면적인 구조 아래에서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강동연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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