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제금융계선 '초라한 한국'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한국이 국력에 비해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출연금 등 지분만큼 투표권을 갖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지분은 대부분이 1% 미만, 국별 순위로는 대부분 20위권 밖이다.

한국이 경제규모에 걸맞은 발언권을 가지려면 지분이 최소한 2%는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총교역규모 12위, 외환보유액 5위 등에 어울리지 않게 국제금융기구에서 초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주축이 된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의 지분이 4.44%로 가장 높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는 1%를 간신히 넘는다. 그나마 ADB에서도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인도네시아의 5.53%에 비해 1.09%포인트나 낮다.

특히 외환위기 후 ‘구제금융’을 받았고 한동안 경제전반에 관한 ‘관리’까지 받은 IMF에서의 지분은 0.77%로 세계 28위에 불과하다. 스페인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도 한국보다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IMF 대리이사를 지낸 권오규(權五奎) 조달청장은 “IMF는 환율과 국제수지 등 국제금융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곳으로 한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한국은 지분이 낮아 제대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이 적다보니 한국은 1955년 IMF에 가입한 뒤 이 기구에서 영향력이 큰 상무이사를 지금까지 한번도 내지 못했다. IMF는 183개국이 24개 그룹으로 나뉘어 그룹마다 1명의 상무이사를 배출한다. 상무이사는 이사회에서 그룹에 소속된 나머지 국가들의 지분까지 대표해 행사하므로 상무이사국이 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른 발언권은 ‘하늘과 땅’ 차이다.

IMF보다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IBRD 등 세계은행 그룹이나 지역개발금융기구 등에서 지분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이사국이 되면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 뒤따르는 건설공사 등을 수주할 때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만 낸다고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MF 등에서는 모든 나라가 서로 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온 힘을 쏟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지분을 높이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규모에 비해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싱가포르, IMF에서 발언권이 가장 센 미국, 한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주요 국제 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위상 (자료:재정경제부)
국제기구설립목적한국의 투표권
비중(%)순위
국제통화기금(IMF)국제 환거래 안정, 국제수지 조정 지원0.7728
국제결제은행(BIS)중앙은행간 협력 증진, 국제금융거래 편의 제공0.5828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개발도상국 경제개발 지원0.9922
국제개발협회(IDA)저소득 개도국 경제개발 지원0.4433
국제금융공사(IFC)민간기업 육성을 위한 자금 지원0.6729
국제투자보증기구(MIGA)대개도국 민간투자에 대한 보증0.6041
아시아개발은행(ADB)아시아 태평양지역 개도국 경제개발 지원4.448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중 동부유럽의 시장경제 전환 지원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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