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그 이유를 테이프의 녹음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비교 분석할 만한 동일한 단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과학수사과는 12일 테이프를 넘겨받아 열흘 넘게 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성문 분석은 두 테이프에 나오는 동일 단어를 뽑아내 같은 목소리인지를 가려야 하는데 두 개의 테이프 내용 가운데 겹치는 단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란 것.
여기에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는 복사본이어서 주파수대가 일반 녹음테이프의 800㎐에 훨씬 못 미치는 500㎐밖에 되지 않을 만큼 낮은 것도 판단 불능의 한 원인이 됐다.
성문 분석은 목소리에 대한 주파수 분석을 거쳐 이를 음성 그래프로 바꾸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검찰 관계자는 “녹음 상태가 너무 나빠 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원본을 받아봐야 녹음 내용과 동일인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녹음 테이프로 녹취록을 만든 H속기사무소 전속 속기사 장모씨(여)는 “못 알아들었다면 어떻게 녹취록을 작성했겠느냐”며 “들리는 것만 기록하는 게 속기사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대업씨측은 “테이프에 잡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경을 써서 반복 청취하면 충분히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업씨측은 조만간 원본 테이프와 함께 김도술씨의 목소리가 담긴 60분짜리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해 기존의 두 테이프와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테이프가 중간에 편집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충분한 자료를 모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다시 분석해 달라고 의뢰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이 내린 ‘판단 불능’ 결론에 대해 병역비리 수사가 지닌 폭발력을 감안해 일단 시간을 벌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