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호익/지방도서관 책 대출 까다로워

  • 입력 2002년 8월 26일 18시 13분


올해 5월 제대 후 내년 복학 때까지 부산의 집을 떠나 친척이 운영하는 경남 합천의 공장에서 일을 돕고 있는 대학생이다. 하루는 책을 읽고 싶어 합천군 도서관에 갔다. 책을 대출하는 곳에서 책을 골라 사서에게 책을 빌리겠다고 했더니 주소지가 합천군인 군민 외에는 책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규정상 책을 빌리려면 합천에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그래서 “합천군에 소재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싶어서 왔다. 만약 안 된다면 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을 내고 가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분실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분증까지도 받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요즈음 집과 직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정부는 유명 영화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독서를 권장하지만 신분증을 맡겨도 책을 빌려 주지 않는 도서관을 보면 복지국가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다.

김호익 wingi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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