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보내며]초의 의순 /'풀집노래'

  • 입력 2002년 8월 26일 18시 13분


유미선 '길'

유미선 '길'

◇풀집노래 / 초의 의순 지음 지현스님 역

한 칸 풀집에 반 칸은 구름

두 벗 중 한 벗은 저 달이어라

구름을 옆에 하고 저 달과 깃드나니

청풍은 때로 와서 고요함으로 두드리네

역력히 외로 밝아 모습 없는 것이여

태어날 제 그 더불어 함께했나니

맑고맑아 허공 같은 마음눈이여

티끌 한 올 바람 없는 이 누리어라

안과 밖 중간에도 찾지 못하니

없는 중에 뚜렷함, 이 무엇인가

아래 위를 갈라놓고 눈여겨보면

이 누리 낱낱 것이 내 본성이라

그대 만일 이 이치를 깨달아 오면

옳지도 않고 옳지 않음도 아닌, 그것 허락하리라.

◇진명스님이 이계진씨께

진명스님 / 이계진씨

올해는 몇 가지 농사를 지으셨습니까?

날마다 식단을 풍요롭게 하는 자잘한 야채부터 일년에 한 번 수확하는 감자와 고구마, 참깨, 들깨, 콩 같은 농작물을 생각하면 마음 나누어야 하는 식솔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듭니다.

‘뿌린 대로 거두고, 돌아본 만큼 수확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하는 게 농사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년 전 인도에서 공부하는 도반스님과 함께 들렸을 때 밭일 하느라 그을린 얼굴로 농사지은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주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밭에서 잡초를 거두듯이 그 마음으로 無明을 거두시며 삶의 뜨락을 가꾸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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