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녀회의 담합이 여론 비판을 받을지언정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조사까지 해야 하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정거래법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공정위 조사에 적법성이 약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정위는 ‘조직적 개입의 정도에 따라서는 부녀회를 사업자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공권력이 이런 식으로 법을 확대해석하면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과거 부녀회의 가격 담합이 문제될 때마다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공정위는 왜 스스로 입장을 바꾸었는지 밝혀야 한다. 경제행위에 대한 공정성을 따지는 공정위가 스스로 법 적용과 행정의 일관성을 지키기 못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만약 공정위의 조사대상이더라도 나서려면 진작 나섰어야 했다. 작년부터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온갖 불법전매와 담합이 비판받고 있었는데 이제야 뛰어든 것은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면키 어렵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아파트 가격 유지를 위해 가격담합을 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이미 중개업소들은 자취를 감춘 뒤다. 9일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선 이후 해당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개점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로 강남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파트값 폭등현상이 진정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 탓이다. 아파트 수급사정이 좋다면 담합이 있더라도 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아파트값을 내리려면 공정위를 내세워 위협적인 담합조사에나 나서기보다 아파트 공급부족, 시중자금 부동화 등 근본원인을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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