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를 꾸준히 응시해 온 작가 윤정모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이 소설에서 전쟁으로 인해 비틀어진 한 남자의 생애를 그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가 평생 놓지 않은 단 하나의 품성, 그 고귀한 사랑법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는 바로 작가의 막내 외삼촌을 모델로 삼은 ‘꾸야 삼촌’. 전쟁통에 아빠는 잡혀가고 엄마는 어디론가 떠나버린 채 홀로 외갓집에 남아 있던 ‘나’의 눈물을 씻어준 삼촌이다.
“이 토깽이 니 줄까, 말까?” “우짜지? 토깽이는 잘 우는 엄마를 싫어하는데?”
치매에 걸린 삼촌은 이제 4수생 아들을 둔 ‘나’의 집에 억지로 떠맡겨진다. 살아가야할 나날들이 너무 지루하고 아득해서 그만 뒤돌아서고 싶었던가. 예순 중반의 삼촌은 기억상실 증세를 보인다.
6.25 전쟁으로 불안이 물안개처럼 세상을 뒤덮던 시절. 토끼가 먹을 풀을 뜯으러 갔다가 삼촌은 군인들의 길잡이로 차출당한다. 골짜기를 뒤덮은 시체들과 맞닥뜨리고 함께 길잡이를 했던 친구의 죽음을 겪은 삼촌은, 군대와 군인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
‘동티나는 인생’이라고 푸념하는 삼촌은 동사무소 직원, 포장마차 주인, 대학 수위로 생계를 이어가고, ‘나’와 남편은 군부 정권에서 출간하는 책을 출판해 경제적인 안정을 얻은 다음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하려다 부도를 맞는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삼촌과 ‘나’를 그린 현재와, 역경과 질곡으로 점철된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삼촌 및 삼촌의 자식들과 화자가 부딪치는 묘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작가의 존재를 새삼 환기시킨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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