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가 되어 늘 일그러진 표정, 바보 같은 말투로 어려운 시절에 즐거움을 준 당신은 우리의 커다란 재산이었습니다.’
27일 타계한 이주일씨의 영결식에서 방송인 송해는 고인을 이렇게 추모했다. 우리를 마음껏 웃게해준 ‘코미디의 황제’,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이씨의 회고록이 책으로 나왔다. 폐암으로 투병중이던 고인이 3월부터 7월까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이 책에는 고등어 궤짝에 실려 월남한 사연, 유랑극단 배우에서 대스타로 떠오르기까지 우여곡절, 국회의원으로서 맛본 보람과 환멸,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고난 뒤의 참담한 심경, 폐암 진단을 받고나서 억센 의지로 투병하는 심정 등이 생생한 육성으로 담겨 있다.
책을 읽다보면 ‘머리가 비상하고 감각이 탁월하며 뼈를 깍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결코 입에 발린 찬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중과 더불어 웃고 울며 한 시대를 풍미한 뛰어난 예인의 인간적 모습을 물론, 그와 함께 지나온 세월과 사회상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