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북한을 방문하는 최초의 일본 총리인 고이즈미 총리와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문제를 포함한 양국간의 현안, 나아가서는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일반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에 우리는 이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정책 재편성 필요▼
북한은 우리의 가상 적이었지만 이제는 남북 화해, 교류, 협력 정책의 물결을 타고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요한 상대방이 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일간에는 경제통상은 물론 외교안보의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현안이 널려 있기 때문에 과거의 가상 적과 우리의 우방이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일본과 북한의 외교적 접근은 우리의 대북정책은 물론 대외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초래하여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의 재편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필자는 5월 정계의 모 인사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요인들과 접촉하면서 요담을 나눈 일이 있다.
이와 같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경험을 기초로 하여 일본과 북한의 관계 진전을 보면서 향후 우리가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 김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북한과 일본의 모든 외교적 접촉사항에 관하여 일본은 우방인 한국 정부와 긴밀한 외교적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전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사후에 우리에게 통보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일본 정부는 사전에 우리 정부와 조율해야 하며 사전협조를 통하여 진행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북-일의 외교적 접촉과 관련해 한일간에 긴밀한 외교적 협조체제가 이루어져 왔으나,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를 목전에 둔 중차대한 시점에 있어서 이와 같은 협조체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양국의 수교 가능성을 포함한 일련의 긴밀한 외교적 접촉이 한일 우호관계를 저해하거나 남북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교차승인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우리는 이미 북한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일본과 미국에 접근하는 것을 견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동북아의 평화정착은 남북간은 물론 4대 열강간의 대화와 타협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과 북한의 긴밀한 외교적 접촉이 본의 아니게 모처럼 화해, 교류, 협력 무드가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일우호협력체제가 북한 변수로 인하여 제약을 받아서도 아니 된다. 우리 모두가 동북아의 평화정착을 희망하고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향후 일본과 북한의 수교 가능성은 물론 북한과 미국의 수교 조짐에 대비하여 우리는 기존의 외교안보정책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여야 한다.
▼동북아 새질서 대책 세울때▼
지금까지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은 비교적 원만하게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스테레오 타입의 기존 소방 외교식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커다란 외교적 종속변수에 대비하여 사전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며 양자간 ‘수교’ 이후의 외교안보정책을 중장기적 차원은 물론 단기적 차원에서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도전과 기회’의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국민 모두가 새로운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에 대한 대응책을 심사숙고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장·한양대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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