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유엔환경계획(UNEP) 바젤협약(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 사무국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폐휴대전화 회수처리 작업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한국정부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관련기사▼ |
휴대전화에는 금 등 귀금속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s)에는 납 수은 비소 베릴륨 등 유해물질이, 배터리(리튬이온전지)에도 에틸렌카보나이트 등 유기용제가 들어 있어 휴대전화를 함부로 버릴 경우 토양 및 수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
▽실태〓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버려지는 휴대전화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기되는 휴대전화는 1997년 212만대, 1999년 664만대에 이어 2001년에는 1290만대로 급증했다. 폐휴대전화가 늘어나는 까닭은 이동통신사의 과당경쟁과 각종 보조금 지급 등으로 교체시기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분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폐휴대전화 발생에 따른 부품 수입 및 로열티 등 외화손실액만 해도 연간 25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7월 서울 시민 5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구당 3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가 1.2대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는 사용하지 않아도 대부분 가정에 보관돼 재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 사장되고 있으며 쓰레기로 배출될 경우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바젤협약 요청 외면〓UNEP의 클라우스 퇴퍼 사무총장, 사키코 구아바라 야마모토 바젤협약 사무국장, 제5차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 의장인 펠리페 로흐(스위스 국무장관) 등은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연명으로 세계 10위 이내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서한을 발송, 휴대전화에 유해물질은 물론 재활용이 가능한 귀금속이 포함돼 있으므로 제조업체가 휴대전화 회수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프로그램에 동참할 경우 폐휴대전화 회수 책임을 생산회사가 지게 돼 그에 따른 부담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노키아 에릭손 모토로라 미쓰비시 파나소닉 NEC 지멘스 알카텔 등 외국의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으나 세계 3위인 삼성전자만이 두 차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이들 국제기구는 삼성전자가 답변을 보내오지 않자 8월 중순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삼성전자가 바젤협약의 폐휴대전화 회수 및 재활용 프로그램에 동참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환경부에 보내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삼성전자 LG전자 및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폐휴대전화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업체 반발〓산업자원부와 관련 업체들은 기업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환경부가 마련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도입 시기를 3년 이상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휴대전화는 수출전략상품으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폐휴대전화는 TV나 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폐기물의 부피가 작아 환경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