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서야 각 당은 법석을 떨었다. 당별 긴급회의와 국회·정부 간담회 등을 갖고 추경예산안 편성과 특별재해지역 조기 선포 등의 대책을 요란스럽게 내놓았다. 경쟁적으로 거당적(擧黨的) 지원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초당적(超黨的)으로 머리를 맞대지 않는 한 이런 대책이나 다짐은 또 다시 태풍 소멸과 함께 잊혀질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대표회담 제의를 거부했지만 재고하기 바란다. 엄청난 수재로 수많은 국민이 신음하고 있고 북-일 정상회담 성사 등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을 접고 정치를 복원시켜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공직 기강이 급속히 이완되는 정권 말기에는 국회가 메워줘야 할 국정 공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미 한계를 드러낸 현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국민이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오늘부터는 정기국회도 개회한다. 대통령선거 때문에 회기까지 단축한 정기국회의 일탈과 파행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씻어주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먼저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등원을 실력 저지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도 조건없이 대표회담 제의를 받아들여 일단 정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두 대표가 만나 정쟁 중단을 선언한 뒤 손을 맞잡고 수재 복구를 지원해 ‘상처난 민심’을 달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보여줄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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