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향은 소원의 손을 잡고 돌계단을 오르면서 초이레 날 본 아랑의 혼을 떠올렸지만, 소원에게는 얘기할 수 없지, 이 아이는 겁이 많으니까.
소원은 아랑이 서 있던 장소로 똑바로 걸어가 난간 밖으로 몸을 쑥 내밀었다.
“어머니, 저기 배다!”
이런 시간에 은어 낚싯배의 등불이 흐르고 있다, 남쪽이니까 역까지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급한 일이 생긴 사람을 태우고 있는 것이리라, 출산? 사고? 병? 친척의 죽음?
“조금 있으면 아랑제다”
“그렇네, 참 빠르다”
아랑제가 끝나면 은어가 줄어들고,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산나리가 피고,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님께 제사를 드릴 무렵이면 우근이도 기어 다니고 있으리라.
“나, 아랑제 때 동기(童妓) 하고 싶다. 몇 살 되면 할 수 있는데?”
“시집갈 나이는 되야 되겠재”
“시집은 몇 년이나 있어야 갈 수 있는데?”
“글쎄, 열여섯에 시집간 여자아이도 있으니까”
“그럼 앞으로 10년 남았네”
“그렇게 빨리 시집가면 어머니가 외롭다 아이가”
“오빠하고 우근이가 있는데 어떻노” 소원이가 토라진 듯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도 언젠가는 집에 갇혀 남편에게 배신당할 것인가, 희향은 소원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에그, 우리 소원이, 하나밖에 없는 내 딸”
목소리가 대기중의 침묵에 삼켜지는 듯한 기분이다, 누군가의 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누가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인가? 아랑?
“어머니, 와그라는데?”
딸의 눈이 이상하다는 듯 돌아보고 입술이 미소를 띠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소원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잠이 부족해서 눈이 침침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왠지 무섭다, 희향은 소원의 얼굴을 품으로 끌어당기고, 말을 걸고, 점점 다가오는 어둠으로부터 딸을 보호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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