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선타령으로 지새운 정치권이 서로 상대방만 노려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의 살림살이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실체가 불투명한 의혹공방이나 상대방 흠집내기말고도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오죽 많은가. 우선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오늘부터 한 달 동안 계속되는 예비조사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또 114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심도 있게 심의하기 위해서도 1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보험법, 국세기본법, 민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이 9월 한 달만이라도 대통령선거를 잊은 채 진지하게 국정을 논하고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한다. 수십년 만의 최악의 수재로 나라가 어수선한 만큼 넉넉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기 때문이다. 9월에는 그 밖에도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한가위 민족대이동,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개막 등 나라 안팎으로 일이 많다.
대선까지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초조해 할 것도 없다. 올해 살림을 결산하고 내년 살림을 설계하는 정기국회 회기도 30일 이상 단축했으니 대선전도 그만큼 단축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날마다 그 소리가 그 소리인 싸움질에 매달리기보다는 본업인 의정(議政)에 충실한 것이 각 정파에도 효과적인 대선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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