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인파산신청 지난해 83%늘어

경기 부진과 부채 누적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과 개인들이 법원에 신청한 파산 사건이 전년도보다 8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발간한 2002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신청한 파산 사건은 170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8.8% 늘어났다.

반면 기업이 법원의 중재로 채무 변제 계획을 세워 경영권을 유지하며 파산을 면하는 제도인 화의신청은 2000년 78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감소했다.

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채무 변제를 기다려 주는 절차인 회사정리 신청도 지난해 31건으로 98년 148건에서 급격히 줄었다.

법원 관계자는 2일 “외환위기 직후 본격 진행된 기업 회생 작업으로 98년까지 화의신청 사건이 파산에 비해 훨씬 많았으나 99년부터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기업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개인 파산신청은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672건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파산신청 증가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개인의 방만한 채무 관리와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의 파산신청은 100% 이유 있다고 받아들여 심리 중”이라며 “개인과 기업 모두 방만한 채무 관리로 늘어난 빚 부담 때문에 고통을 겪었으나 앞으로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파산신청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관계자는 “저금리 등으로 개인의 무분별한 씀씀이가 커진 것도 개인 파산신청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법원은 지난해 접수된 개인 파산 사건 가운데 265건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38건을 접수해 이 중 204건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