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들이 고위직에 있는 나라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과 이탈리아를 들 수 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주인공들이다. 미디어그룹인 블룸버그사의 설립자로서 지난해 뉴욕시장으로 선출됐을 때 포천지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행정가 중 두 번째 갑부”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11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수성가해 미디어그룹의 총수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작년에 당선된 이후 뇌물수수와 탈세, 불법정치자금 운용 등의 수많은 범죄 혐의를 받은 반면 블룸버그 시장은 아직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약 44억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갖고 있는 블룸버그씨는 시장이 되면 단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선거 전에 약 86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뉴욕시민들도 부자를 좋아했던 걸까. 뉴욕시장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라고 했던 그가 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뉴욕시민들의 검증 절차는 간단치가 않다. 지난주 뉴욕시 윤리위원회는 “블룸버그 시장이 현재 갖고 있는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보유중인 뉴욕시와 뉴욕주 채권은 팔지 말라”고 결정했다. 이유는 시장이 뉴욕시 사업을 통해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특정기업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고위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권에 승부를 걸었던 정주영씨,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박씨, 가깝게는 총리 인준에 실패한 장대환씨 등을 들 수 있다. 대권도전 의지를 비치고 있는 정몽준 의원도 있다. 국내에선 공직자에 대한 재산검증이 아직은 재산등록과 청문회 등에 불과하다. 그나마 가족 일부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등 허점이 많다. 장차 공직을 이용해 ‘재산 불리기’를 하려는 시도를 봉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고위직에 올라 밑천을 뽑으려는 사람들에겐 뉴욕시 윤리위원회처럼 주식 등 재산처분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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